경찰 내부망 접속 권한, 모든 사건 열람 가능할까

업무 필요 없으면 ‘권한 없는 열람’
담당 사건 아니면 조회도 위법 소지

 

경찰관이 내부 형사사법정보를 업무와 무관하게 조회하거나 외부에 알려주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수사정보 열람과 누설의 위법성을 둘러싼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관이라도 업무 목적과 권한 범위를 벗어나 형사사법정보를 조회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같은 경찰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해당 사건을 담당하지 않거나 직무상 조회할 필요가 없다면 ‘권한 없는 열람’으로 판단될 수 있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은 형사사법업무 종사자가 권한 없이 다른 기관 또는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형사사법정보를 열람·복사·전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직무상 알게 된 형사사법정보를 누설하거나, 타인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권한 없는 열람·복사·전송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형사사법정보를 누설하거나 타인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최근 대전경찰청은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로 대전의 한 경찰서 소속 경감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경찰 내부망을 통해 타인의 수사 정보를 조회한 뒤 이를 지인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A씨가 금품 등 대가를 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정보 조회가 업무상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었고, 조회한 내용을 외부에 전달한 점이 문제 되면서 형사입건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A씨를 직위해제하고 감찰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쟁점은 경찰관이 해당 사건 정보에 접근할 구체적인 업무상 필요가 있었는지다.

 

경찰관계자는 “경찰이라고 해서 경찰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사건 정보를 자유롭게 조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경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운영규칙도 업무 목적 이외의 조회와 검색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일선에서 지인의 부탁을 받고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해주는 일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뤄진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열람 기록이 남고 사후 점검도 강화되는 추세”라며 “담당 사건이 아니거나 수사상 필요가 없는 정보를 조회했다면 단순 조회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도 처벌 여부를 곧바로 좌우하지는 않는다. 금품을 받았다면 죄질이 더 무겁게 평가될 수 있지만, 대가가 없더라도 수사 정보를 외부에 전달했다면 정보 보호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민 경찰 출신 박세희 변호사는 “수사 정보에는 피의자·피해자·참고인의 인적사항, 사건 진행 상황, 수사 방향, 출석 요구, 압수수색 여부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며 “이런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사생활 침해뿐 아니라 증거인멸, 도주, 회유, 2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사법정보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공적 정보인 만큼, 수사기관 내부에서도 ‘알 수 있는 권한’과 ‘알아야 할 필요’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며 “단순한 호의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정보 접근이 가볍게 이뤄진다면 수사기관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내부 교육과 사후 점검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형사사법정보를 다루는 공직자 스스로가 정보 보호 의무를 수사의 기본 원칙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