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건 정보공개 결정문 요구한 수형자…법원 “알 권리 목적 아냐”

전국 경찰서·검찰청 상대 유사 청구 반복
교정시설 정보공개청구도 3년간 15만 건 넘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수형자가 전국 수사기관을 상대로 유사한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소송을 반복했다가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이 같은 청구가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보공개제도와 소송제도를 부당하게 이용한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지난 4월 대전교도소 수형자 A씨가 서울 광진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A씨는 마약과 성범죄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해 12월 광진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청구 내용은 ‘2025년 11월 한 달 동안 광진경찰서에 제기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결정문 전부’였다. 해당 기간 결정문은 모두 371건에 달했다.

 

경찰은 결정문에 제3자의 개인정보와 민감한 사생활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A씨는 비공개 결정이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대한 분량의 결정문을 찾아 일일이 개인정보를 삭제한 뒤 공개하려면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될 것임이 분명하다”며 “원고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타인의 정보공개청구 결정문 내용을 원고가 알아야 할 필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의 청구 목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알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 아니라, 소송을 제기한 뒤 변론기일 출석을 이유로 교도소 밖으로 나오기 위해 청구를 남발한 것으로 봤다.

 

A씨는 광진경찰서뿐 아니라 서울 중랑·송파·영등포·양천·서초·종암경찰서와 서울남부·북부·서부지검에도 유사한 정보공개청구를 한 뒤 서울행정법원에 10건의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외에도 대전 지역 기관을 상대로 비슷한 청구를 하고 대전지법에 18건의 소송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교정시설에서도 반복적인 정보공개청구와 진정, 민원이 행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정기관을 대상으로 접수된 정보공개청구는 15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법무부 전체 정보공개청구의 약 65%에 해당한다.

 

일부 수용자는 특정 교도관을 상대로 근무표, 징계 여부, CCTV 보존 여부, 물품 지급 기준, 화장지·위생용품 지급 내역, 시설 보수 현황 등과 관련한 자료 공개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 내용이 권리구제와 직접 관련된 경우도 있지만, 동일하거나 유사한 취지의 청구가 여러 차례 이어지면 담당 부서의 자료 확인과 비공개 정보 가림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인권위 진정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 관련 인권위 진정 건수는 2016년 3716건에서 2017년 4528건으로 늘어난 뒤 최근 3년간 4500~4800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권 자체를 위축시켜서는 안 되지만, 반복적·악의적 청구에 대해서는 권리 남용 여부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며 “수용자의 권리 보장과 교정행정의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