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국민의힘 내부 기류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지원한 후보들이 주요 지역에서 잇따라 당선된 반면 선거를 총괄한 지도부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중도·개혁보수 진영의 입지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공식 직책 없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누비며 지원에 힘을 보탰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승리한 유의동 당선인을 비롯해 이민근 안산시장, 이현재 하남시장, 이수희 서울 강동구청장 당선인 등이 대표적이다.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에서도 유 전 의원의 영향력은 확인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 당 지도부 대신 유 전 의원과 함께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선거 기간에도 장동혁 대표와 공개 합동 유세에 나서지 않으면서 중도층 공략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 지원 유세를 이끈 장 대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4곳을 모두 내줬고, 충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아산·천안·당진·서천·금산 등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장 대표는 서울 강남·강서·구로·마포·성동·종로 등에서 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도 벌였지만 승리를 거둔 곳은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인 강남구뿐이었다.
이에 따라 선거 전략과 메시지가 중도층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지도부 책임론도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단순한 승패를 넘어 보수 진영 내부의 세력 변화를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내에서 '절윤'과 개혁보수를 강조해 온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면서 향후 당의 노선 재정립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오 시장의 재선과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한동훈 후보, 유 전 의원이 지원한 후보들의 선전은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물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전 의원도 선거 이후 당 혁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일 SNS를 통해 "국민의힘이 많이 부족하지만 국민은 견제세력의 역할을 부여했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 유능하고 따뜻한 개혁보수의 길로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낡은 것을 깨부수지 않으면 바로 세울 수 없다"며 "다음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를 탈환하고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 개혁파로 꼽히는 김웅 전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 전 의원이 지원한 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유승민 효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중수청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유승민"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표적인 친유계로 분류되는 유 당선인과 한 당선인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당선인은 합리적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데다 한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당 안팎에서는 보수 재건이라는 공통 과제를 매개로 두 사람이 향후 당 혁신 과정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