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으로 숨진 20대 교사 유족에게 정부가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혈전증에 대해 법원이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화이자 백신 접종 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으로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피해보상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질병관리청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초등학교 체육교사였던 A 씨는 2021년 7월 28일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돼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접종 열흘 뒤인 같은 해 8월 6일 소화불량과 구토, 오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이후 백신 부작용에 따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의심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A 씨는 소장 절제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이어갔지만 급성 간부전, 급성 신부전, 패혈성 쇼크가 발생해 같은 해 9월 3일 숨졌다.
유족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A 씨의 혈전증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따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 해당하지 않고, 기저질환인 기무라병 악화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쟁점은 A 씨의 사망이 법적으로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예방접종 피해보상 사건에서 인과관계는 의학적으로 100% 증명돼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예방접종과 질병 또는 사망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가능성, 다른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해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사건에서는 이 같은 판단 구조가 특별법상 ‘인과관계 추정’ 규정으로 더 구체화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경우 시간적 개연성이 있고,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이 불가능하지 않으며,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우면 예방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A 씨가 예방접종 당시 만 24세의 체육교사였고, 기무라병 외에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같은 연령대 청년에 비해 양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기저질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배척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우선 접종 대상자를 정할 때 기저질환 유무와 그로 인한 위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저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실상 비자발적으로 예방접종이 이뤄졌다면, 해당 기저질환은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요소로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등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인정해 왔다. 반면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 접종 후 혈전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판단을 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mRNA 계열 백신도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이나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발병과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mRNA 백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과의 관련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존 예방접종 피해보상 소송에서도 법원 판단은 사안에 따라 갈렸다.
부검이나 감정 결과 다른 질환이 사망 원인으로 뚜렷하게 확인되거나, 고령·기저질환·위험인자가 사망을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부정됐다.
반면 접종 직후 증상이 나타나고, 임상 경과가 이상반응과 맞아떨어지며, 다른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기저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라며 “법원은 접종 후 증상 발생 시점, 의학적 가능성, 다른 원인 배제 정도를 종합해 질병관리청의 피해보상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판결이 mRNA 백신 접종 후 발생한 모든 혈전증에 대해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개별 진료기록, 감정 결과, 기저질환의 영향, 이상반응 발생 시점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