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내몰린 채무자들… 개인회생·파산 안내는 여전히 부족

개인 채무 위기에도 상담 연결 공백
법률구조공단·신복위 등 공적 창구 활용 가능

 

개인회생·파산 제도와 공적 법률지원이 마련돼 있지만, 정작 채무자를 제도권 상담으로 연결하는 안내 체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 절차를 통해 채무를 조정하거나 면책받을 수 있지만,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비용 부담 때문에 신청을 미루는 채무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개인 채무 문제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빚 때문에 죽는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법원에 신청해서 탕감하면 되지 않나. 파산해서 면책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매우 부도덕한 행위로 공격하니 끙끙거리다가 죽어버리는 것”이라며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 채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빚에 쪼들려 못 살겠다 싶으면 신고를 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기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채무 문제는 실직, 질병, 사업 실패, 가족 부양, 고금리 대출, 불법 추심 등이 겹치며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적 위기에 몰린 채무자가 제도권 상담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채무 문제는 생활 붕괴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은 법원이 진행하는 재판상 도산절차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등 사적 채무조정과 달리,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반대하는 채권자에게도 일정한 효력이 미칠 수 있다.

 

개인회생은 계속적 수입이 있는 채무자가 법원에 변제계획을 제출해 일정 기간 채무를 갚은 뒤 남은 채무를 면책받는 절차다.

 

급여소득자나 영업소득자처럼 반복적 수입이 있는 경우 주로 검토된다. 법원이 개시결정을 하면 강제집행이나 추심행위가 중지·금지될 수 있다.

 

개인파산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채무자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면책허가를 통해 남은 채무 책임을 면제받는 절차다.

 

변제 여력이 사실상 없거나 재산보다 채무가 과도하게 많은 경우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허위 서류 제출, 재산 은닉, 과도한 낭비나 도박 등 면책불허가 사유가 있으면 면책이 제한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실제 채무자들이 제도권 상담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부 채무자는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면 더 큰 불이익을 받는다고 오해한다. 사금융이나 개인채권자의 추심은 법원 절차로도 막기 어렵다고 생각해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법원 절차에 들어가면 추심과 강제집행을 중지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불법 추심은 별도의 법적 대응 대상이 될 수 있고, 채무자가 혼자 버티다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다 초기 단계에서 공적 상담 창구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 문제도 장벽으로 꼽힌다. 개인회생·파산은 서류 준비와 법원 절차가 복잡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신청을 망설이는 채무자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개인회생·파산 지원을 활용할 수 있다.

 

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잘 몰라 보호받기 어려운 국민을 대상으로 개인회생·개인파산 사건에 대한 법률상담과 신청대리, 소송대리 등 법률구조를 제공한다.

 

지원 대상은 공단 상담 결과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이용이 적정하다고 판단되고, 보건복지부 고시 기준 중위소득 125% 이하에 해당하는 채무자다. 요건을 충족하면 변호사 보수와 인지대, 송달료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법원 절차 외에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회사 등 협약 채권자를 중심으로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분할상환 등을 지원한다. 다만 법원 절차와 달리 협약에 참여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 채권자에게는 효력이 미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제도 선택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채무의 종류와 소득 여부다.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개인회생을, 변제 여력이 없으면 개인파산·면책을 검토할 수 있다. 금융권 채무가 중심이고 협약 채권자 범위 안에서 조정이 가능하다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조세, 벌금, 일부 손해배상채무처럼 면책이 제한되거나 별도 검토가 필요한 채무도 있다. 최근 대출, 재산 처분, 가족 명의 재산 이전 등이 있으면 법원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상담 단계에서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은 빚을 없애기 위한 편법이 아니라, 채무자가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법적 절차다.

 

채무 위기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개인회생·파산은 반드시 변호사 선임 비용을 부담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라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용회복위원회, 지자체 금융복지상담센터 등 공적 창구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무로 생활이 무너지고 있다면 혼자 버티기보다 제도권 상담을 먼저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