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변호인 접견실 이용 형평성을 이유로 변호인 1명당 같은 시간대 예약 가능 횟수를 제한했지만, 정작 논란의 핵심이었던 장시간 접견실 점유 문제는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9일 오전 9시부터 교정기관별 여건에 따라 변호인 일반접견의 동시간대 예약 가능 횟수를 기존 무제한에서 3회로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변호인 접견 예약 시스템에서는 변호인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수용자와의 접견을 예약할 수 있었다.
예컨대 A 변호사가 오전 9시부터 30분간 10명의 수용자 접견을 예약하면, 해당 수용자들은 오전 9시부터 각 접견실에서 대기하는 구조였다.
이 경우 첫 번째 수용자와의 접견 시간이 길어지면 나머지 수용자들도 접견실에서 계속 대기해야 했다.
변호인 접견은 수용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핵심 절차인 만큼, 예약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접견을 쉽게 중단시키기도 어렵다.
그 결과 다음 시간대 접견을 예약한 다른 변호인은 앞선 접견이 끝나고 접견실이 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예약만 해놓고 실제 접견을 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변호인이 여러 건의 접견을 예약한 뒤 실제 접견을 하지 않더라도 예약 취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시간대 접견실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접견 당일 이른바 ‘노쇼’로 공실이 발생해도 예약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접견실 활용이 제한되는 구조였다.
법무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변호인 1명당 같은 시간대 예약 가능 횟수를 최대 3건으로 제한했다. 다만 부득이하게 다수 수용자를 접견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교정기관에 사전 문의해 예외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접견실 장시간 점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제한한 것은 변호인 1명의 동시간대 다수 예약 방식이다. 반면 특정 수용자가 변호인 접견을 이유로 접견실을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실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수감 기간 동안 수백 차례 변호인 접견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과거 대기업 회장들의 수감 당시에도 출역하지 않고 장시간 변호인 접견실에 머무는 방식이 일반 수용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4월 월간 업무회의에서 “변호인 접견실 확보가 힘들고 예약도 안 된다는데 전직 고위 정치인들, 재벌들이 변호인 접견을 하루 종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일부 돈 있는 사람이 종일 변호사들을 불러서 접견실 하나를 차지해버리면 다른 변호인은 접견할 데가 없고 심각한 것”이라며 대책 마련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제도는 정 장관이 지적한 ‘접견실 하나를 하루 종일 차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변호인 1명의 동시간대 다수 예약을 제한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변호인 접견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러 수용자를 담당하는 변호인이 같은 시간대 접견을 조정해 진행하던 방식이 제한될 경우, 접견실 부족 문제의 책임이 변호인과 수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정시설 과밀 수용으로 접견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접견실 확충이나 장시간 점유 관리 기준 없이 예약 가능 횟수만 제한하는 것은 근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인 접견실 독점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수 예약 제한뿐 아니라 장시간 접견 관리 기준, 반복 접견 운영 기준, 접견실 확충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변호인 접견은 수용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핵심 권리인 만큼, 접견실 운영의 형평성을 확보하더라도 변호인 조력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