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 해임 경찰, 최근까지 ‘우수 경찰’ 홍보 논란

여성 경찰관 4명 추행 혐의로 기소...재판중
경찰청 “징계 결과 공표 안 돼 몰랐다” 해명

 

부하 여성 경찰관들을 상습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간부가 해임 이후에도 경찰청 공식 홍보물에 ‘우수 경찰’로 소개돼 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충남 천안의 한 경찰서 소속 50대 경감 A 씨는 여성 경찰관 4명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 여성 경찰관들은 지난해 5월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식당과 술집 등에서 후배 여성 경찰관들의 신체를 접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20년 넘게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등 수사 부서에서 근무한 경찰 간부로, 내부 감찰을 거쳐 지난해 말 해임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청은 최근까지도 공식 블로그를 통해 A 씨를 ‘대한민국 공무원상’ 수상자인 우수 경찰로 소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이미 해임된 인물이 경찰청 홍보물에는 모범 경찰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경찰청은 “징계 결과가 공표되지 않아 해당 경감의 성 비위와 해임 사실을 즉각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뒤 뒤늦게 관련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했다.

 

문제는 공무원 징계 결과가 곧바로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공무원 징계 절차에서 성폭력·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요청하면 징계처분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지만, 통보받은 피해자는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

 

징계 결과가 피해자에게 알려지는 것과 기관 밖으로 공개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과거 수상·포상 사실도 취소 전까지는 형식상 유지된다. 국가훈장이나 포장은 일정한 범죄로 형이 확정되는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해야 취소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기소나 재판 진행만으로 포상이 자동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성범죄 혐의로 해임된 전직 경찰 간부를 계속 우수 사례로 홍보한 것이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의무에 부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양성평등기본법은 국가기관의 장이 성희롱 사건을 알게 된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내부 규정 역시 성희롱·성폭력·스토킹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와 비밀유지, 2차 피해 방지 조치를 정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공적을 기관 공식 채널에서 계속 노출하는 행위가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거나 조직이 가해자를 두둔하는 인상을 줄 경우, 2차 피해 방지 차원에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여성단체연합 박이경수 상임대표는 “해임까지 된 사안임에도 기관 홈페이지에 가해자의 공적이 계속 노출됐다는 것 자체가 조직 차원의 피해자 보호 인식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징계 사실이나 징계 사유가 항상 비공개 대상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법원은 공무원 징계 관련 정보공개 사건에서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 우려, 공익적 필요성을 사안별로 비교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해왔다.

 

결국 “징계가 공표되지 않았다”는 설명만으로 기관의 내부 관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온라인에서도 경찰청의 해명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여경 4명을 성추행했는데 우수 경찰로 홍보해 주면, 폭행 2명 정도 한 경찰은 최우수 경찰이냐”, “강남서 비리 문제부터 대통령께서 한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다”,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불신도를 조사해 봐라. 그래야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