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약 문제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회적 복합 위기로 확산하는 가운데, 마약 중독 수용자의 치료와 회복, 출소 후 사회복귀까지 이어지는 안전망 구축 방안이 논의됐다.
대한범죄학회·한국교정학회·한국중독심리학회는 12일 오후 천안 백석대학교 생활관 컨퍼런스홀에서 ‘마약 중독 수용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안전망 구축’을 주제로 2026 춘계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에는 윤옥경 한국교정학회장, 신동준 대한범죄학회장, 서호영 한국중독심리학회장, 이홍연 법무부 교정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마약류의 국경 단계 차단부터 검찰 단계의 치료적 처우, 교정시설 내 재활 프로그램, 출소 후 지역사회 연계까지 마약 사범 처우 전반을 하나의 흐름으로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축사에 나선 이홍연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교정 현장에서 마약류 사범 재활 처우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마약류 사범 출소자의 재복역률이 2020년 45.8%에서 2025년 29.9%로 크게 감소했다”며 “마약류 사범에 대한 전문 처우와 재활 프로그램을 확대해 온 결과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부산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광주교도소에 마약류 사범 전담부서를 신설한 데 이어 대구교도소와 대전교도소를 추가 지정해 모두 6개 전담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수용자의 중독 수준에 따라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인 ‘회복이음과정’을 도입한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교정시설 안에서의 치료와 재활이 출소 후 사회복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서는 마약 범죄의 유입 차단과 초기 대응을 다루는 ‘입구 단계’ 논의가 이뤄졌다.
첫 발표자로 나선 최문기 관세청 조사총괄과 서기관은 국내 마약류 상당수가 해외에서 밀반입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국경 단계의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최 서기관은 “마약류 범죄는 국내 유통 단계에 들어온 뒤에는 추적과 차단이 훨씬 어려워진다”며 “국경 단계에서의 적발과 수사가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과 마약단속국(DEA)의 사례를 언급하며 관세청의 수사 권한을 유통수사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 이후 현장에서는 단속 권한 확대의 필요성과 기관 간 역할 조정 문제를 두고 토론이 이어졌다.
안재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마약 사범의 치료·재활 수요를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 연구를 소개했다.
안 연구위원은 “2024년부터 기소유예 조건부에 ‘재활’이 명시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마약 정책의 중심축이 처벌에서 치료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마약 사범의 재범 위험과 치료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체계가 필요하다”며 “범죄 사실만을 기준으로 처분을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중독 수준, 치료 이력, 사회적 지지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정시설 내부 처우를 넘어 출소 후 사회복귀까지 이어지는 ‘단절 없는 지원 체계’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진성주 서울구치소 박사는 치료적 사법을 전제로 한 정책 과제를 발표하며 출소 전·후 연속관리의 제도화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진 박사는 “마약 중독 수용자에게 필요한 것은 수용 기간 중 단약만이 아니라 출소 이후에도 회복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연계 처우”라며 “교정시설과 지역사회가 분절적으로 움직이면 재사회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교정시설 내 치료·재활 프로그램이 보호관찰, 지역 중독관리기관, 민간 회복지원 체계와 연결돼야 한다”며 “출소 직전부터 출소 이후 초기 기간까지를 하나의 관리 구간으로 보고, 회복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욱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마약 사범의 재복역률과 출소 초기 재범 위험성을 근거로 연속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마약 사범의 재복역률은 32.1%로 일반 출소자의 1.42배에 달한다”며 “특히 출소 후 90일 이내 재범 위험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 내 재활이 지역사회 처우로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이행기 공백’이 마약 사범 재사회화의 가장 큰 취약 지점”이라며 “수용 중에는 단약과 상담이 이뤄지더라도 출소 직후 주거, 일자리, 치료기관 연계, 가족관계 회복이 동시에 흔들리면 재범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캐나다, 핀란드, 싱가포르 등의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형 회복 연속 모델(K-RC, Korea-Recovery Continuum)’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K-RC 모델은 교정시설 내 재활교육, 출소 전 사례관리, 출소 직후 집중 지원, 지역사회 장기 회복관리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는 방식이다. 단속과 처벌 중심의 사후 대응을 넘어, 마약 사범의 회복 과정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이날 발표에서는 국경 단속과 수사, 검찰 단계의 치료적 처우, 교정시설 내 재활, 출소 후 지역사회 연계가 하나의 안전망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참석자들은 마약 중독 수용자의 재사회화를 위해 처벌과 단속 중심의 접근을 넘어 치료, 회복, 사회복귀를 포괄하는 장기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중독연구교육원 이재호 원장은 “마약 중독 수용자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교육이나 처벌이 아니라 출소 이후에도 끊기지 않는 회복의 연결고리”라며 “교정시설 안에서 시작된 변화가 지역사회에서 이어질 때 비로소 재범 방지와 재사회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