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강력·마약범죄 수형자와 편지를 주고받은 뒤 이를 ‘인증’하듯 공개하는 글이 이어지면서 교정시설 서신 제도의 사각지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 인터넷우편 안내는 수용기관 주소와 수용번호, 성명을 함께 기재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반 우편의 경우 수용번호를 몰라도 교정시설이 이름만으로 수용자를 특정할 수 있으면 편지가 전달되는 경우가 있어 불특정 다수가 중대범죄 피고인·수형자에게 접근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이용자들은 답장 내용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치금 계좌로 추정되는 정보까지 퍼뜨리며 범죄자를 추앙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2차 피해와 모방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필리핀 마약 밀수·유통 혐의로 국내에 송환돼 구속기소된 박왕열에게 편지를 보냈고 답장을 받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편지에는 박왕열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관심을 보내줘 감사하다”, “전국 각지에서 팬들의 편지가 많아 일일이 답장하다 보니 답장이 늦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접견 예약을 안내하는 내용과 영치금 송금 계좌라고 소개된 정보도 함께 담겼다. 다만 해당 편지를 실제 박왕열이 작성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글이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 범죄자를 영웅처럼 소비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살인 사건으로 복역 중인 장대호를 ‘빅타이거’라고 부르며 편지를 보낸 사실을 공유했고, 댓글에는 “후원을 보냈다”, “답장을 받으면 인증하겠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해당 게시글에는 범행을 옹호하거나 피해자의 국적이나 출신을 거론하며 살인을 정당화하는 반응까지 나오면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범죄자를 둘러싼 옥중 서신 소비는 특정 사건에 그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북구 모텔 약물 연쇄살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소영 명의의 옥중 편지도 온라인에 공개됐다.
해당 편지 역시 작성자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심신미약으로 감형돼야 한다”, “가정폭력과 성범죄의 피해자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수용자의 서신권을 보장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 외부인이 수용번호를 모르더라도 수용기관과 이름만 알면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수용자는 외부와 서신을 주고받을 권리가 있고, 교정당국이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
다만 인터넷우편과 달리 일반 우편은 수용번호를 알지 못해도 이름과 수용기관만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구조가 온라인 ‘인증 문화’와 결합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영치금 계좌 정보 관리도 쟁점이다.
영치금 송금 정보는 가족이나 지인 등 필요한 범위에서 안내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분별하게 공개될 경우 범죄자를 후원하는 창구처럼 악용될 수 있다.
교정 현장 안팎에서는 수용자의 서신권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중대범죄 피고인·수형자에게 불특정 다수가 반복적으로 접근하는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용번호가 없는 우편은 원칙적으로 반송하는 방안을 엄격히 적용하고, 특정 수용자에게 편지가 집중되는 경우 교화 저해나 시설 질서 훼손 우려가 있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용자의 서신권을 제한하려면 명확한 법적 근거와 비례성이 필요하지만, 범죄자를 추앙하고 후원하는 온라인 문화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며 “수용번호 기재 원칙을 엄격히 하고, 중대범죄 수용자에 대한 외부 서신과 영치금 정보 노출 관리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