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영화 ‘광복절 특사’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유재필은 사기죄로 복역하던 중 애인의 변심 소식을 듣고 교도소 밖으로 나가려 한다.
함께 수감돼 있던 최무석은 숟가락으로 판 땅굴을 통해 탈옥에 성공하고, 두 사람은 뒤늦게 자신들이 광복절 특사 대상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금만 기다렸다면 정문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던 두 사람은 탈옥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다시 교도소 안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
영화 속 교도관들은 문책을 우려해 두 사람을 조용히 다시 교도소 안으로 들여보내려 한다.
관객에게는 웃음으로 소비되는 장면이지만, 현실에서 수용자가 통제 구역을 벗어나거나 담장을 넘는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보안 사고다.
영화에서 보던 교도소 탈주극은 과거 국내 교정시설에서도 실제 사건으로 이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영화처럼 극적인 성공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었다.
실제 탈주 시도는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실패했고, 현행 교정보안 체계에서는 감시장비와 주벽, 인원점검, 비상출동망을 모두 넘어야 하는 만큼 성공 가능성은 극히 낮다.
또 과거에는 수용자 도주나 탈주 시도가 교정기관 문책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구체적인 경위가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정당국이 보안사고 발생 직후 경위를 파악하고, 외부에 공개한 뒤 예방대책을 보완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야외운동 시간 틈타 3m 담장 넘은 중국인 수용자
2010년 8월 28일 천안교도소에서는 폭행 혐의로 수감 중이던 중국 국적 수용자 진모 씨가 야외운동 시간을 이용해 교도소 담장을 넘었다.
그날 낮 12시55분쯤 진 씨는 교도소 후문 쪽에 설치된 3m 높이의 철조망과 담장을 넘어 밖으로 달아났다.
수용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운동장으로 이동하는 일상적인 흐름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교도소 안에서는 곧바로 추적이 시작됐고, 도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진 씨는 오후 2시11분쯤 교도소에서 약 2㎞ 떨어진 천안북일고 뒷산에서 교도관들에게 붙잡혔다.
교도소 측은 진 씨가 야외운동 시간에 후문 쪽 철조망과 담장을 넘어 달아났고 이후 교도관들이 검거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다만 도주 경위와 목적, 당시 영내 상황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외공장 작업 중 이탈…4시간30분 만에 검거
앞서 같은 해 5월 대전교도소에서도 수용자 도주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동포 수용자 최모 씨는 교도소 후문 밖 구외공장에서 동료 수용자들과 작업하던 중 물을 마시러 간다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어 동료를 밀쳐낸 뒤 2m 높이의 철조망 담 3개를 잇달아 넘어 인근 산 쪽으로 달아났다.
최 씨는 곧바로 주변에 머물지 않고 택시를 타고 경기 파주까지 이동했다. 그러나 교정당국은 가족관계와 이동 가능성을 추적했고, 최 씨는 부친 묘소 근처에서 붙잡혔다. 탈주 자체는 성공한 듯 보였지만, 도피는 4시간30분 만에 끝났다.
사형수 정두영, 아침 일과 틈타 3중 담장 탈옥 시도
수용자가 실제로 시설 밖으로 빠져나간 사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8월 초에는 사형수 정두영의 탈옥 시도가 뒤늦게 알려지며 교정당국에 큰 충격을 줬다. 연쇄살인 사건으로 사형이 확정돼 대전교도소에 수용 중이던 정두영은 교도소 작업장에서 몰래 만든 약 4m 길이의 사다리를 이용해 3중 담장을 넘으려 했다.
당시 대전교도소는 아침 식사 뒤 수용자들이 작업장으로 이동하던 시간대였다.
한밤중처럼 경계가 집중되는 시점이 아니라 교도관과 수용자의 동선이 동시에 이어지는 일과 시간이었다. 정두영은 이 틈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두영은 작업 과정에서 확보한 자재를 이용해 사다리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는 사다리와 모포를 이용해 첫 번째 담장을 넘었고, 감지센서가 설치된 두 번째 담장까지 넘어섰다.
비상벨이 울리자 교도관들이 현장으로 달려갔고, 정두영은 마지막 세 번째 담장을 넘으려던 순간 붙잡혔다.
탈옥 시도는 마지막 담장 앞에서 멈췄다. 사다리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어졌고, 정두영은 담장을 넘던 중 땅으로 떨어졌다.
조금만 대응이 늦었다면 사형 확정자가 교도소 밖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사건 이후 법무부는 전국 교정시설 수용거실 창문에 철제 방범창을 설치하는 보완 조치를 했다. 사다리나 도구를 창문 밖으로 빼내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작업장 물품이 수용자의 손을 거치며 도주 도구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이 일은 당시 법무 당국이 쉬쉬하는 바람에 암암리에 전해지다가 53일이 지난 후에야 언론 레이더에 잡혀 알려지게 됐다.
교정당국, 보안사고 신속 파악·후속 대응 강화
수용자가 실제 외부로 빠져나갔는지, 지정된 장소를 벗어난 데 그쳤는지에 따라 해당 교정시설의 책임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과거 도주 사건이 발생하면 교정기관 문책 문제와도 연결됐기 때문에 초기에는 구체적인 경위가 곧바로 공개되지 않거나 “조사 중”이라는 설명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교정당국은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상황 파악과 후속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도주 시도가 성공하기 어렵고, 적발될 경우 징벌과 형사처벌로 이어진다는 점을 수용자들에게 알리는 예방 조치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영화 속 탈옥은 웃음과 반전으로 끝난다. 하지만 현실의 탈주 시도는 다르다. 감지센서와 주벽, CCTV, 인원점검, 비상출동망을 모두 뚫어야 하고, 설령 시설 밖으로 나가더라도 추적망을 피하기 어렵다.
교도소 탈출은 영화처럼 낭만적인 장면이 아니라 수용자에게 더 무거운 처벌과 불이익을 남기는 중대한 보안 사고이자 범죄행위로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