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전시실 입구로 향하는 관람객과 박물관상품관을 찾는 시민, 안내도를 보며 이동 동선을 확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로비 곳곳에서 뒤섞여 있었다.
전시를 보기 위해 온 가족 단위 관람객 옆에서는 휴대전화로 반가사유상 굿즈 사진을 찍는 젊은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한때 박물관은 조용히 유물을 관람하는 공간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의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전시를 보는 공간을 넘어 관광, 소비, 체험, SNS 콘텐츠 생산이 한데 결합한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변화는 전시실 밖에서 먼저 보였다.
박물관상품관 앞에는 전시 관람을 마친 시민과 굿즈를 먼저 둘러보려는 방문객이 오갔다.
진열대에는 반가사유상, 금관, 청자, 호랑이와 까치 등 박물관 대표 유물을 활용한 키링과 문구류, 텀블러, 인형, 미니어처가 놓여 있었다.
몇몇 방문객은 상품을 바로 집어 들기보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먼저 켰다. 유물을 본 뒤 기념품을 사는 방식에서, 굿즈 자체를 하나의 관람 대상으로 소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립박물관 문화상품인 ‘뮷즈’에 대한 관심도 이 같은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일부 인기 상품은 입고 직후 품절될 정도로 수요가 높고,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한국 여행 기념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를 본 기억을 집으로 가져가는 물건이면서, 동시에 SNS에 올릴 수 있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관람객은 “예전에는 박물관 기념품이라고 하면 엽서나 책갈피 정도를 떠올렸는데, 요즘은 디자인 상품을 보러 일부러 들르게 된다”며 “유물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이런 상품으로 보니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시실 안의 관람 방식도 과거 단체 관람객이 해설을 따라 이동하던 박물관 풍경과는 달랐다.
‘사유의 방’에는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어두운 전시실 안에서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늦추고 유물 앞에 오래 머물렀다.
설명문을 읽고 지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조명과 공간, 음악에 가까운 정적까지 함께 경험하는 분위기였다.
로비와 온라인 안내에는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 참가자 모집 소식도 올라와 있었다. ‘국중박 분장놀이’는 국립박물관 소장 유물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표현하는 유물 코스프레 행사다.
올해 행사는 전국 14개 국립박물관으로 확대됐다. 개인 또는 최대 4인 팀이 참여할 수 있고, 온라인 예선을 거쳐 권역별 본선과 국립중앙박물관 결선으로 이어진다. 총상금과 상품 규모는 4,000만원이다.
유물을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입고, 표현하고, 무대 위에서 재해석하는 방식은 박물관의 관람 문화를 넓히고 있다.
오래된 문화유산이 젊은 세대의 분장과 퍼포먼스, 사진과 영상 콘텐츠로 다시 소비되는 구조다. 박물관이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에서, 관람객이 유물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무료 운영을 바탕으로 특별전, 실감 콘텐츠, 교육 프로그램, 문화행사, 박물관상품관을 확대해 왔다.
로비를 오가는 관람객, 전시실 앞에 멈춰 선 외국인 관광객, 상품관에서 굿즈를 고르는 젊은 층이 한 공간 안에 모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 중심의 박물관을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