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공식 입장으로 정리했다. '예외적 보완수사권 허용' 기조를 접고 전면 폐지로 선회하면서 정치권에서는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경쟁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저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그간 정부에서 논의하고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감안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 이를 당에 전달하고 이후에는 정부가 별도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입법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정부는 검찰에 보완수사요구권 등 최소한의 대안은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보완 장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온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권 강경파에서는 검찰에 우회적인 수사권을 남겨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후속 입법도 사실상 중단됐다.
김 총리는 브리핑에서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2차 개혁안을 애초의 당정 합의보다도 시간을 당겨서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5월에 처리하려고 당에 제안했으나 당의 요구로 이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발표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만간 민주당으로 복귀할 김 총리가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 권리당원의 요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정청래 전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지금 당장! 그러려면 형사소송법 정부안 즉각 국회 제출"이라고 적으며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 발표 이후에는 전북 정읍에서 열린 전북도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헌절 이전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공소청, 중수청 출범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발표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찰개혁 지연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정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정부안 제출 안 해? 1년 동안 허송세월을 한 것은 아닌지"라며 "시간 끌기용 꼼수가 아니길"이라고 적자, 친명계는 "당과 정부가 오랜 논의를 거쳐 온 과정을 허송세월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野 "명청 대전이 국정보다 우선" 비판
국민의힘은 정부가 전당대회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보완수사권의 부분적 존치 필요성을 역설한 적 있다"며 "오로지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명청 대전' 승리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완수사권은 민생 범죄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필요한 수사 장치"라며 "정부 스스로 국정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역할을 포기했으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롭게 짜야 할 텐데 그 역할을 민주당 법사위 강경파들에게 맡겨도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받기 위해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까지 흔드는 정치는 결코 개혁이 아니다"라며 "지금 무너지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신중론은 묵살됐다. 아니면 애초에 말뿐이었느냐"며 "정부가 선택한 것은 국민의 권익도, 형사사법 체계의 안정도 아닌 '개딸'의 환호였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은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형사소송법 개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뚜렷한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