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사기를 당했을 때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응은 경찰 신고다.
돈을 보냈는데 물건을 받지 못했거나, 택배 상자 안에 다른 물건이 들어 있었다면 사기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
다만 형사절차는 기본적으로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처벌 여부를 가리는 절차인 만큼, 신고만 했다고 해서 피해금이 곧바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26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 중고거래 사기 피해는 해마다 적지 않은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거래 사기 피해는 모두 46만1759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8만4107건, 2022년 7만9052건, 2023년 7만8320건, 2024년 10만539건, 2025년 11만9741건으로 지난해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누적 피해액도 1조7000억 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고거래로 아이패드를 판매하겠다고 속인 뒤 돈만 받고 벽돌과 쓰레기가 든 상자를 보낸 사기범이 피해자인 변호사에게 민사 절차로 계좌 압류를 당했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변호사에 걸린 중고 사기 친 놈 참교육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에 따르면 변호사 A씨는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아이패드를 50만 원에 구매하기로 하고 판매자에게 돈을 송금했다. 그러나 며칠 뒤 도착한 택배 상자에는 아이패드가 아닌 벽돌과 쓰레기만 담겨 있었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형사절차만 기다리지 않고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하는 민사상 독촉절차다. 법원이 채무자에게 금전 지급을 명령하고, 채무자가 이를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이후 채권자는 확정된 지급명령을 근거로 채무자의 예금채권 등에 대해 압류와 추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A씨는 “경찰 수사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지급명령은 증거가 명확하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다”며 벽돌 사진, 택배 내역, 계좌이체 내역 등을 자료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사기처럼 거래 내역과 송금 자료, 배송 물품 사진이 남아 있는 사건에서는 피해 사실과 청구 금액을 비교적 명확히 정리할 수 있어 지급명령을 검토해볼 수 있다.
다만 지급명령이 항상 곧바로 피해 회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지급명령이 적법하게 송달돼야 절차가 진행되고, 상대방이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통상의 민사소송 절차로 넘어간다.
상대방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송달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경우에도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더라도 계좌압류 단계에서는 어느 은행을 제3채무자로 삼을지 특정해야 하고, 실제 압류할 예금이 있어야 회수가 가능하다.
사기범 명의 계좌에 돈이 없거나 이미 인출된 경우에는 집행권원을 확보하더라도 곧바로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
화제가 된 사례에서는 A씨가 지급명령 확정 이후 사기범 명의 은행 계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돈을 받은 계좌를 포함해 시중은행 계좌를 압류했다”며 계좌가 묶이자 상대방이 하루 만에 연락해 압류 해제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기범은 원금 50만 원에 소송비용과 피해 보상 명목의 금액을 더해 총 150만 원을 변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소액 피해라도 형사고소와 민사상 회수 절차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경찰 신고는 사기범 처벌과 수사를 위한 절차이고, 지급명령과 계좌압류는 피해금 회수를 위한 절차라는 점에서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대화 내역, 입금 내역, 판매글 캡처, 택배 송장, 배송된 물건 사진을 보관하고, 상대방의 이름·전화번호·계좌번호·주소 등 특정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중고거래 사기는 더 이상 드문 피해가 아니다. 경찰 신고만으로는 돈이 바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실제 손해를 회복하려면 형사절차와 별개로 지급명령, 채권압류, 추심명령 등 민사 집행 절차를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