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구형 안 한 검사…대법 “바람직하지 않지만 판결 영향은 없어”

“방어권 본질 침해 없으면 판결 영향 없어”

 

검사가 항소심 공판에서 직접 구형하지 않고 변론 종결 뒤 서면으로 양형 의견을 제출한 이른바 ‘서면 구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사정만으로 판결을 파기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3년 피해자에게 경기 가평군 임야를 사들여 요양병원과 공동주택 부지로 개발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이고 등기 비용 명목으로 28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천시 토지에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으면 큰 수익이 난다며 토지 매입비와 등기 비용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사기 혐의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업무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은 A씨가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공시송달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시송달은 당사자의 주소나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법원 게시 등을 통해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보는 절차다.

 

이후 A씨의 상소권회복 청구가 받아들여지면서 항소심 재판이 다시 열렸다.

 

항소심은 A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1심 공판절차에 출석하지 못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보고 1심 유죄 부분을 파기했다. 다만 사기 혐의는 다시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쟁점은 항소심에서 검사가 법정 구형을 하지 않은 절차였다.

 

검사는 항소심 3회 공판에서 최종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힌 뒤, 일주일 뒤 법원에 징역 2년을 구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구성 변경을 이유로 변론을 재개해 공판절차를 갱신했고,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후진술 기회를 준 뒤 변론을 종결했다.

 

대법원은 검사의 구형도 사실과 법률 적용에 관한 의견 진술에 포함되는 변론에 해당한다고 봤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공판정에서 구두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종 의견 진술 순서가 검사의 최종 의견 이후로 정해진 것은 검사 의견에 반박하거나 다툴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양형 의견을 밝히는 단계에서도 공판중심주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서면 구형만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공판기일에서는 양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지 않다가 변론 종결 후 서면으로 그 의견을 밝히는 ‘서면 구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서면 구형으로 피고인의 최후진술 절차에 관한 공판중심주의가 형해화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