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도 안 되는 공간에 수용돼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수용자들이 또 패소했다.
법원은 과밀수용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법한 수용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원고들이 실제로 2㎡ 미만 공간에 수용됐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과밀수용 자체는 이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단을 거쳐 위헌·위법성이 확인된 문제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이 어느 거실에, 며칠 동안, 몇 명과 함께 수용됐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패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거실별 수용인원 자료는 교정기관이 관리하지만, 법무부가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위법은 인정됐지만 구제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조게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28단독 김양호 부장판사는 A씨 등 24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395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교정시설에서 1인당 2㎡에 미달하는 공간에 과밀 수용돼 인간으로서 기본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생활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수용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1인당 수용면적이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협소하다면 그 자체로 수용자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앞선 판례를 근거로 “수용자에게 제공되는 일반 매트리스 면적은 약 1.4㎡인데, 이는 1인당 수면에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교도소장 등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와 제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과밀수용 손해배상 사건의 쟁점은 과밀수용이 위법한지 여부가 아니라, 원고들이 실제로 2㎡ 미만의 공간에 수용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위법 판단 나왔지만 입증자료는 피해자가 구해야
과밀수용은 오래전부터 교정행정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법무부 교정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교정시설 수용률은 단 한 해도 10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고, 최근에도 전국 교정시설 수용 인원은 6만3000명 안팎으로 정원 5만여 명을 1만 명 이상 초과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과밀수용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판단했고, 2022년 대법원도 수용자 1인당 도면상 면적이 2㎡ 미만인 거실 수용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대법원 판단 이후 법무부가 거실별·일자별 수용인원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피해자가 자신이 과밀수용됐다는 사실 자체를 입증하지 못해 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이를 입증하려면 자신이 수용됐던 거실 면적뿐 아니라 해당 기간 같은 거실에 몇 명이 함께 수용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자료는 수용자 개인이 직접 확보하기 어렵고, 교정시설 내부 시스템과 일일 수용관리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법무부와 각 교정기관이다.
더시사법률이 지난해 10월 법무부에 질의해 받은 회신에서도 이 같은 구조가 확인됐다.
당시 법무부는 전국 54개 교정시설의 정원이 5만230명, 실제 수용 인원이 6만4789명으로 수용률이 129%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1인당 수용면적 자료에 대해서는 “여성 수용자나 환자 등 개별 처우 인원이 많아 통계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공개에 난색을 보였다.
이어 “민사소송에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으므로 국가가 먼저 자료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며 “민사소송법상 공무원이 직무상 보관하는 문서는 제출 의무의 예외가 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거실 지정 자료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라면서도 청구인 본인의 거실 지정 내역은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용자는 자신이 어느 거실에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거실에 당시 몇 명이 함께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인권단체는 과밀수용 문제가 교정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만큼, 국민들도 실제 수용 실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통계와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과밀수용은 이미 교정 현장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문제인데도, 국민들은 수용자와 교정 현장이 겪는 현실을 알기 어렵다”며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상 법무부가 자료 제출을 계속 미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배상 책임까지 부담해야 하는 수용 실태를 드러내고 공론화해 사회 전체가 해결 방안을 논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