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4만 명 시대에 접어들며 수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일부 변호사나 법무법인이 사건 알선 브로커에게 의존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기 위해 법무법인 계좌가 아닌 제3자 명의 계좌를 이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국세청에는 한 법무법인 소속 파트너 변호사 A씨가 1년 넘게 수임료를 법인계좌가 아닌 제3자 명의 계좌로 받아왔다는 제보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혹을 접수한 수도권의 한 세무서는 법무법인과 관련 계좌의 수임료 흐름을 확인한 뒤 사건을 서울지방국세청으로 이관했다.
A 변호사는 형사사건을 수임하면서 법원에는 법무법인 명의의 선임계를 제출하고, 수임계약서 역시 법무법인 명의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착수금은 법인계좌가 아닌 제3자 명의 계좌로 받아 온 것으로 파악됐다.
파트너 변호사 구조상 법원에 법무법인 명의의 선임계가 제출되려면 법무법인 명의의 수임계약서가 전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 1000만 원을 받았다면, 해당 금액은 원칙적으로 변호사 개인 돈이 아니라 법무법인의 매출로 처리된다.
이후 법인은 내부 기준에 따라 담당 변호사에게 성과급이나 배분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A 변호사는 의뢰인과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집행유예, 징역 6개월 미만이 선고되면 별도 보수를 지급한다”는 식의 조건부 약정을 붙이고, 수임료는 제3자 명의 계좌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사건을 유치하고, 변호사나 법무법인이 그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라면 돈의 흐름이 법인계좌에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법인계좌를 피하고 외부 계좌나 현금 정산 방식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확인될 경우 조세 문제보다 변호사법 위반 여부가 먼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사건을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변호사와 수임료를 나누는 방식은 변호사법상 금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직접 상담하고 수임한 것처럼 외형을 갖췄더라도 실제 의뢰인 응대와 사건 유치를 브로커가 주도했다면 수사기관은 수임 경위와 계좌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밖에 없다.
제3자 계좌가 알선 대가나 수임료 분배를 숨기는 통로로 사용됐는지도 쟁점이 된다.
조세포탈 여부는 제3자 계좌로 받은 수임료가 실제 매출이나 개인 소득으로 신고됐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해당 금액이 법인 매출이나 변호사 개인 수입으로 모두 신고됐다면 계좌 명의만으로 조세포탈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면 장부에 반영되지 않았거나 세무신고에서 빠졌다면 소득 은닉이나 거래 은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브로커에게 지급한 돈을 정상 용역비처럼 꾸미거나 허위 계약서·허위 세금계산서가 동원됐다면 변호사법 위반뿐 아니라 조세포탈, 범죄수익 은닉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3자 계좌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계좌가 수임료를 우회해 받거나 알선 대가를 정산하는 데 사용됐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며 “결국 수임 경위와 의뢰인 돈의 최종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변협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최우선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