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경찰의 고문과 강압수사로 무고한 시민들이 살인범으로 몰렸던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입법을 촉구했다.
고문과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낸 국가기관의 범죄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고, 재심 법정에서 고문 사실을 부인한 전직 경찰관들을 위증 혐의로만 법정에 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정 장관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990년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고문해 살인죄 누명을 씌우고, 재심에서 위증까지 한 경찰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며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는 시효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문조작 범죄의 공소시효가 모두 지나 가해자들을 단죄할 방법이 재심에서의 위증만 남은 상황이었다”며 “위증 공소시효 만료 당일 국민을 상대로 가혹한 고문을 자행했던 이들을 기소해 법정에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부산 북구 낙동강변에서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되고,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최인철 씨와 장동익 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체포했고, 두 사람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사건은 두 사람이 21년간 복역한 뒤 2013년 출소하고 재심을 청구하면서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이 사건에 대해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부산고법은 2021년 2월 최 씨와 장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승소해 약 72억 원의 배상 판결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고문과 강압수사 자체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했다.
피해자 측이 다시 문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재심 법정에서 당시 수사 경찰관들이 고문과 가혹행위 가담 사실을 부인한 진술이었다.
최 씨와 장 씨는 지난 3월 재심 과정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며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전직 경찰관 5명을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정 장관은 이번 기소를 두고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본질적인 국가폭력 범죄는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문과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낸 행위는 국가권력이 직접 개인의 삶을 파괴한 범죄였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고, 뒤늦게 재심 법정에서 한 허위 증언만 처벌할 수 있는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공소시효는 범죄의 법정형에 따라 기간이 정해진다.
2015년 이른바 ‘태완이법’ 시행 이후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지만, 수사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 강압수사 등 국가폭력 범죄 전반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일반 규정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범죄나 헌정질서 파괴범죄,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처럼 일부 역사적·국제법적 성격을 가진 범죄에는 별도 특례가 있지만, 낙동강변 살인사건과 같은 수사기관의 고문조작 사건 일반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정 장관은 “국가폭력은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사법 정의에 대한 공동체의 믿음까지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라며 “반인도적 국가폭력을 저지른 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고, ‘정의에는 시효가 없다’는 원칙을 우리 사회에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인 최 씨와 장 씨를 향해 “30년 넘는 통한의 세월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법무부는 국민 누구도 조작 범죄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