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소송 내며 학부모 주소 적은 유치원장…대법 “위법 단정 어려워”

대법 “성명·주소는 소송 진행 위한 기본 정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상대방의 이름과 주소를 소장에 기재해 법원에 낸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치원 원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은 유치원 원장 A 씨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지난 5월 14일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학부모 B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B 씨의 성명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변호사에게 제공하고, 이를 소장에 기재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개인정보는 B 씨 자녀가 유치원에 입학할 당시 유아 학비지원금 신청 등을 위해 수집된 정보였다.

 

1심은 A 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이 B 씨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의 소송에 해당하고, 소송 제기 이후에도 사실조회 등 절차를 통해 주소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봤다.

 

2심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소장이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벌금 50만 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가 B 씨의 성명과 주소를 소장에 적어 법원에 제출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소장에 상대방의 일정한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성명과 주소는 소장 부본 송달 등 민사소송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정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소송 제기 이후 다른 절차를 통해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보유하고 있던 주소를 소장에 기재해 제출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A 씨의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