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 청소년 보호자 통보 막는다…쉼터 입소 기준 법제화

가정폭력·친족 성폭력·아동학대 사유 입소 땐 통보 금지

 

가정폭력이나 친족 성폭력, 아동학대 피해로 청소년쉼터에 입소한 미성년 가정 밖 청소년의 입소 사실을 앞으로 보호자에게 통보할 수 없게 된다. 보호자 통보 기준이 지침에서 법령으로 옮겨지면서 피해 청소년의 소재가 가해 보호자에게 알려지는 일을 막기 위한 근거가 마련됐다.

 

성평등가족부는 미성년 가정 밖 청소년의 청소년쉼터 입소 사실을 보호자에게 통보하는 기준을 담은 개정 청소년복지 지원법과 시행령이 1일부터 시행됐다고 밝혔다.

 

개정 청소년복지 지원법은 미성년 가정 밖 청소년이 청소년쉼터에 입소하면 보호자에게 입소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면서도, 입소 원인이 가정폭력이나 친족에 의한 성폭력, 아동학대인 경우에는 통보를 금지했다.

 

기존 법은 청소년쉼터에 입소한 가정 밖 청소년이 가정폭력, 친족 성폭력, 그 밖에 가정으로 돌아가 생활하기 어려운 사유로 입소한 경우 본인의 의사에 반해 퇴소시켜서는 안 된다는 내용만 두고 있었다.

 

보호자 통보 여부와 예외 사유는 법률이 아니라 청소년 사업안내 지침 등을 통해 운영됐다.

 

쉼터 현장에서는 미성년 청소년의 입소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가정폭력이나 학대 등으로 보호자 연락이 청소년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예외를 인정해 왔다.

 

그러나 이 기준이 법률이 아닌 지침에 머물러 있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는 청소년이 쉼터 입소를 꺼리거나 보호자 연락을 두려워해 보호체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가정폭력이나 학대 피해 청소년에게 보호자 연락은 단순한 통보가 아니라 자신이 머무는 장소가 가해자에게 알려지는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법 시행으로 가정폭력, 친족 성폭력, 아동학대가 원인이 된 쉼터 입소에 대해서는 보호자 통보가 금지된다. 기존 지침상 예외로 운영되던 비통보 기준이 법률상 금지 규정으로 바뀐 것이다.

 

함께 개정된 시행령에는 보호자에게 통보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보호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는 경우, 보호자가 수신을 거부한 경우, 보호자가 교정시설이나 치료·보호시설에 수용 또는 입소해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등이 통보 예외 사유로 규정됐다.

 

성평등부는 기존 지침에 있던 기준을 법령으로 상향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쉼터 종사자가 보호자 통보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겪던 부담이 줄고, 피해 청소년도 소재 노출에 대한 불안 없이 보호를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통보 금지 사유를 판단하는 절차와 관계기관 연계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소 당시 피해 청소년이 피해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만큼 쉼터 종사자 교육과 상담 매뉴얼, 긴급 보호 절차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개정은 피해 청소년의 안전을 보호자 통보보다 우선하도록 한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현장에서는 가정폭력이나 학대 여부를 단시간에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쉼터 종사자가 책임 부담 없이 보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관계기관 연계 절차가 함께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소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만으로 피해 청소년 보호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비통보 결정 이후에도 보호자 민원 대응, 경찰·지자체·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정보 공유 범위, 청소년의 학업·의료·생활 지원까지 이어지는 후속 보호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