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움 "법은 바뀌었지만 아이들은 사각지대"…수용자 자녀 정책 이행방안 모색

국회 간담회서 법 개정 후속 논의
"접견권 보장·지원체계 서둘러야"

 

수용자 자녀를 법률상 보호 대상으로 명시한 형집행법 개정 이후, 해당 제도를 교정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실행할지 논의하는 국회 간담회가 열렸다.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용자자녀 인권보호를 위한 법 개정 이행과 정책 실행 방안’ 국회 간담회에서는 지난해 개정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의 후속 과제와 정책 추진 방향이 논의됐다.

 

간담회는 한정애·박지원·서영교·백선희·한지아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사단법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이 주관했다.

 

첫 발제를 맡은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겸 세움연구소장은 정책의 중심을 ‘입법’에서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번 개정은 수용자 자녀를 처음 법률 안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법이 만들어졌다고 아이들의 삶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행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이제부터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 전까지 양육환경 조사 절차와 보호조치 의뢰 체계, 지역사회 연계 방식을 구체화하고 관계부처 협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민간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며 돌봄과 교육, 심리 상담, 사례관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예산 확보와 전문 인력 확충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개정 형집행법에 담긴 접견 제도 역시 단순한 면회 절차에 그치지 않고 가족관계 유지와 아동의 정서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 과정에서는 토요 가족돌봄 접견이 13세 미만 자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도 거론됐다.

 

이 교수는 “13세 아이와 14세 아이의 부모를 만날 권리가 다를 이유는 없다”며 “행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아이들의 권리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접견을 상담과 사례관리, 가족 회복 프로그램까지 연결해야 개정 취지가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최경옥 더채움교육복지연구소 대표는 세움이 지난 10년간 진행한 종단연구를 소개하며 부모의 수감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성장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대표는 연구 참여자들이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부모의 부재와 사회적 낙인, 관계 단절을 복합적으로 경험했다고 했다.

 

반면 지속적인 관계망 안에서 도움을 받은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건강하게 자립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10년 전 만났던 아이들이 성인이 돼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며 “장기적인 관계와 꾸준한 돌봄이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접견 전후 상담과 가족관계 회복, 멘토링, 심리 상담이 함께 이뤄질 때 아이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 토론에서는 개정법 시행 이후 후속 조치와 현장 적용 방안이 논의됐다.

 

한성률 법무부 사회복귀과 사무관은 “수용자 자녀 보호 정책은 2020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를 계기로 본격화됐다”며 “관계부처 협의와 태스크포스 운영을 거쳐 형집행법 개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체포 단계부터 출소 이후까지 전 과정에서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사무관은 형집행법 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세부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형집행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신입 수용자 입소 후 5일 이내 양육환경을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보호조치를 의뢰할 수 있도록 세부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정기 실태조사를 연 2회 실시하고, 관련 예산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확대했다”고 했다.

 

접견 확대와 관련해서는 “토요 가족돌봄 접견 확대에는 교정시설의 운영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가족만남의 집 등 기존 제도를 적극 활용해 부모와 자녀의 관계 회복을 돕고, 미성년 자녀의 필요를 중심에 둔 절차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양육환경 조사와 보호조치 의뢰, 접견, 상담, 사례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