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에도 피해자 가족에 편지 보낸 스토킹범…교정시설 서신 관리 한계

형집행법상 서신 검열 제한적…

 

스토킹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20대 남성이 피해자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 주소로 편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수용자의 서신 교환은 원칙적으로 보장되지만, 피해자나 그 가족을 상대로 한 우편 접촉이 스토킹 범죄의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과 교정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와 사후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A 씨(29)는 지난달 22일 피해자 B 씨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 앞으로 편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편지에는 “곧 봐요, 찾으러 갈게요”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 2~3월 여성 유튜버인 B 씨의 후원 계좌에 여러 차례 돈을 보내면서 송금인 표시란에 메시지를 남기고, B 씨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 등을 찾아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A 씨는 현재 전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A 씨에 대해 잠정조치 1~3호를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잠정조치 1호는 스토킹 행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 2호는 피해자와 가족 주변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화·이메일·문자메시지·카카오톡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 금지다. 잠정조치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우편을 이용해 글이나 물건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도 스토킹행위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내용의 편지라면, 전화나 문자메시지와 같은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이 아니더라도 별도의 스토킹 행위로 문제 될 수 있다.

 

다만 접근금지나 연락금지 잠정조치가 내려졌다고 해서 교정시설이 수용자의 모든 발신 서신을 일률적으로 확인하거나 발송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상 수용자는 다른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서신 내용 역시 원칙적으로 검열받지 않는다.

 

교정기관은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 법령상 사유가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검열하거나 발신·수신을 금지할 수 있다.

 

문제는 교정시설이 해당 수용자의 범죄 내용과 피해자 정보, 접근금지 대상자와 주소 등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하면 특정 주소로 보내는 편지가 피해자나 가족을 향한 재접촉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 우편물과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건별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 교정기관이 발송 단계에서 위험성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교정 현장의 인력과 업무 구조도 변수로 꼽힌다. 발신 또는 수신을 금지하려면 내용 확인과 법령상 사유 판단뿐 아니라 금지 사유 기록, 수용자 통지, 서신 보관 절차가 뒤따른다.

 

한 교정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서신을 제한하려면 내용 확인과 법령상 사유 판단, 기록·통지·보관 절차가 모두 필요하다”며 “모든 수용자의 편지를 같은 방식으로 면밀히 확인하는 것은 현재 인력과 시스템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수용자가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에게 다시 연락할 우려가 있다는 정보가 교정기관에 전달돼야 해당 주소나 수신처를 유의해서 볼 수 있다”며 “그런 정보가 없으면 담당자가 일반 서신과 스토킹 재접촉성 서신을 사전에 구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정계에서는 피해자나 가족을 상대로 한 우편 접촉 우려가 확인된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필요한 범위 안에서 피해자 측 주소와 잠정조치 내용을 교정기관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정기관은 전달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형집행법상 서신 제한 사유를 검토하고, 피해자 보호와 수용자 서신 자유 사이의 균형을 판단할 수 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수용자의 서신 교환은 교정시설 안에서도 보장돼야 할 기본적인 권리지만, 스토킹 사건처럼 피해자에 대한 연락 자체가 범죄의 반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이 잠정조치 내용과 피해자 정보를 필요한 범위에서 교정기관에 공유하고, 교정기관은 이를 토대로 서신 제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