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한정애 의원(서울 강서병)이 범인은닉죄와 증거인멸죄에 적용되는 형법상 '친족 특례'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친족의 증거인멸 행위도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의원은 전날 범인은닉죄와 증거인멸죄에 적용되는 친족 특례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조인철·박민규·정준호·송재봉·이재정·박지혜·홍기원·윤후덕·정진욱·박용갑·허영·고민정·유동수 의원 등 모두 14명이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은 가족이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인을 숨겨주거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했을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현행 규정을 삭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 형법 제151조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 범인은닉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위조·변조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다.
다만 두 조항 모두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범인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을 때에는 형을 면제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
법안 발의의 직접적인 계기는 최근 불거진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이다. 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은 사건 발생 이후 아들의 자취방에서 성인용 리얼돌을 훼손·폐기하고 휴대전화를 불태워 없앤 사실이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친족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현행 규정이 적용되면서 형사 입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강력범죄와 관련된 증거인멸 행위까지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면책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둘러싼 논의가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친족 특례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마련됐다. 국가 형벌권이 가족 내부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와 가족 간 보호 의무를 고려한 제도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개인의 권리 보호와 강력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요구가 커지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의원은 "한국의 친족 특례는 인적 적용 범위가 해외보다 넓어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일본은 친족 간 증거인멸 행위를 일률적으로 면제하지 않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된 시대적 흐름에 맞춰 형법상 친족 특례를 폐지함으로써 강력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