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 강도상해죄로 기소됐는데, 강도 혐의는 무죄가 나오고 상해죄만 유죄로 인정될 수 있습니까. 검사가 공소장을 바꾸지도 않았는데요.”
형사재판에서 종종 문제 되는 질문이다. 검사가 기소한 공소사실 전체가 그대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그 안에 포함된 더 가벼운 범죄사실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그 축소된 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다.
형사소송의 출발점은 공소장이다. 법원은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사실에 대해서만 심판할 수 있다. 이를 불고불리의 원칙이라고 한다. 법원이 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사실을 임의로 심판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면, 원칙적으로는 검사가 공소장 변경 절차를 통해 심판 대상을 바꿔야 한다. 피고인이 자신에게 적용되는 혐의와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고 방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일정한 경우 공소장 변경 없이도 법원이 ‘축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축소사실이란 검사가 기소한 공소사실보다 범위가 좁거나 법정형이 가벼운 범죄사실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살인죄의 공소사실 안에는 폭행치사죄가 포함될 수 있고,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 안에는 상해죄나 절도죄가 포함될 수 있다.
중한 범죄사실을 다투는 과정에서 그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방어가 이뤄졌다면, 법원이 이를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법원이 축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데 그치는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 인정해야 하는지다.
대법원은 공소사실 전체는 인정되지 않더라도 그보다 축소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단순히 원래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현저히 반한다고 평가되는 사안에서는 법원이 직권으로 축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여기서 핵심 기준은 ‘정의와 형평’이다. 다만 이 기준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실제 사건에서는 공소사실과 축소사실의 관계, 증거의 명확성,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여부, 재판 과정에서 해당 쟁점이 충분히 다뤄졌는지 등이 함께 고려된다.
예컨대 강도 혐의를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지만, 절도나 상해에 해당하는 사실은 명백히 드러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피고인을 전부 무죄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공소사실 안에 포함된 일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게 된다.
반대로 피고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법원이 갑자기 인정하거나, 방어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축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다면 방어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축소사실 법리가 허용된다고 해서 법원이 아무 사실이나 임의로 골라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법리는 피고인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한 범죄로 기소됐거나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이라도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의 핵심 부분이 다퉈질 수 있다.
이 경우 전부 무죄 주장만이 아니라, 설령 일부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원래 공소사실과는 다른 축소된 사실에 불과하다는 점이 함께 문제 될 수 있다.
특히 축소사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서는 해당 사실이 공소사실에 포함되는지, 피고인에게 충분한 방어 기회가 있었는지, 원래 적용된 죄명과 비교해 형이 과도한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유죄와 무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실이 인정되고 어떤 죄명과 형이 적용되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공소장 변경 없는 축소사실 인정은 불고불리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발견 사이에서 마련된 예외적 법리다.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이를 적용할 수 있고, 그 판단에는 정의와 형평이라는 기준이 따라붙는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공소사실이 그대로 인정되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공소사실이 무너진 뒤에도 그 안에 포함된 다른 사실이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까지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축소사실 법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과 형사사법의 균형을 묻는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