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에서 칼잠 주무십니까. 과거 수용 기간까지 전부 합산해 배상받아 드립니다.”
전국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들이 수용자와 출소자를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교정시설 안팎에서는 과밀수용 국가배상 소송 참여를 권유하는 안내문과 서신이 수용자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
안내문에는 1일당 2만~3만 원 수준의 위자료를 청구하겠다고 설명하거나, 착수금과 인지대·송달료 등 소송 실비를 법무법인 측이 먼저 부담한 뒤 판결금에서 성공보수와 비용을 공제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교도소나 구치소 명칭만 적어 보내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과거 과밀수용 기록을 확인해 배상액에 반영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법률사무소가 보낸 자료에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1인당 수용면적 2㎡ 미만 거실에 수용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피해사항 진술서와 입출소 현황, 거실 지정 현황, 판결문, 수용증명서 등을 제출하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최소 50명이 모이면 소송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판례는 인정했지만…실제 쟁점은 ‘입증’
과밀수용은 이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거치며 위헌·위법성이 확인된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교정시설 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022년 수용자 1인당 도면상 면적이 2㎡ 미만인 거실 수용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실제 소송에서 승소 여부가 과밀수용의 위법성 자체가 아니라, 원고가 자신의 수용 상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법원은 최근 과밀수용 손해배상 사건에서도 국가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수용하는 행위는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원고들이 실제로 1인당 2㎡ 미만 공간에 수용됐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결국 소송의 쟁점은 “과밀수용이 위법한가”가 아니라 “해당 원고가 어느 기간, 어느 거실에서, 몇 명과 함께 생활했는가”로 좁혀진다.
원고 많이 모아도 각자 피해는 따로 증명해야
이 구조에서는 원고 수를 많이 모으는 방식만으로 승소 가능성이 높아지기 어렵다.
전국 각지의 수용자와 출소자를 한꺼번에 모아 공동소송 형태로 제기하더라도, 원고들이 서로 다른 교정시설, 다른 거실, 다른 기간에 수용돼 있었다면 각자의 피해 사실은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같은 교정시설 같은 거실에 있었던 사람들을 모아 거실 지정 이력을 맞춰 보는 방식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교정 현장에서는 수용자가 한 거실에 장기간 머무는 경우가 많지 않고, 출소·이송·분류심사·조사수용·징벌·병동 이동 등으로 방 배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이를 소송 단위로 묶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피해 구제 통로와 과장 모집 우려 공존
더 큰 난점은 거실별 수용 인원 자료가 사실상 법무부와 각 교정기관 내부에 있다는 점이다.
수용자는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자신이 어느 교정시설 어느 거실에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당시 그 거실에 몇 명이 함께 있었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법무부는 과밀수용 소송에서 “민사소송의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거실별 수용인원 자료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와 직무상 보관 문서 등을 이유로 제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일부 소송에서는 “특정 기간 특정 거실의 수용인원 정보를 보유·관리하지 않았다”거나, “수용현황표를 플라스틱 판에 사인펜으로 기재해 수시로 수정하고 별도 보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과밀수용 소송 모집이 피해 구제의 통로가 될 수는 있지만, 고액 배상 가능성과 무비용 구조를 앞세운 대규모 모집 방식은 수용자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밀수용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수용자 입장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 자체가 절실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거실 면적과 수용 인원, 수용 기간을 특정해야 하고, 그중 어느 하나라도 입증이 부족하면 청구가 기각될 수 있다.
다만 과밀수용 소송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거실별 수용인원 자료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집단적인 문제 제기는 법무부의 자료 관리·공개 방식과 교정시설 확충 논의를 압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공동소송이 단순히 배상금을 받기 위한 절차를 넘어 교정행정의 구조적 책임을 묻는 공익적 성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소송 모집의 방식이다.
과밀수용이 위법하다는 판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거실 지정 내역 확보 가능성, 방별 수용 인원 확인 방법, 정보공개청구 결과, 법무부의 자료 제출 거부 가능성, 패소 시 소송비용 부담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과밀수용 관련 공동소송을 진행 중인 한 인권단체 변호사는 “현재 여러 건의 과밀수용 소송이 계류 중이고, 다른 사건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밀수용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만 앞세워 수용 기간을 전부 합산해 배상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실제 입증 구조를 알기 어려운 수용자들에게 승소 가능성이 과장돼 전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법무부도 과밀수용 해소 필요성을 언급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거실별 수용인원 자료가 어떻게 관리되고 공개돼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가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져야 국회와 국민도 과밀수용 문제를 단순한 교정시설 내부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