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신고·접근금지에도 퇴근길 살해…스마트워치는 비극 막지 못했다

접근금지·연락금지 조치에도 범행 못 막아
경찰, 회복 뒤 살인·스토킹처벌법 위반 수사

 

스토킹 고소와 접근금지 조치에도 헤어진 여성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상태였지만 퇴근길 참변을 피하지 못해, 고위험 스토킹 사건에서 가해자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물리적 차단 조치를 더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52분께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골목길에서 50대 남성 A 씨가 60대 여성 B 씨를 흉기로 찔렀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구급대는 오전 3시 20분께 B 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B 씨는 끝내 숨졌다. A 씨는 범행 뒤 스스로 흉기로 자해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와 B 씨는 교제하다 헤어진 사이로, 경찰은 A 씨가 B 씨의 퇴근 시간대를 노려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B 씨는 지난달 A 씨를 스토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A 씨에게 접근금지와 연락금지 조치를 하고, B 씨에게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그러나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위급 상황에서 경찰에 구조를 요청하는 장치일 뿐, 가해자의 접근 자체를 물리적으로 막는 수단은 아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신고 이후 단계별 보호조치를 두고 있다.

 

경찰은 긴급한 경우 가해자에게 피해자나 주거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조치를 할 수 있고, 법원 단계에서는 피해자 보호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 더 강한 잠정조치도 가능하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고위험 사건을 어떻게 선별하고, 어느 단계에서 강한 조치로 전환하느냐다.

 

접근금지나 연락금지 조치가 내려졌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생활 동선과 퇴근 시간을 알고 있다면, 스마트워치 지급만으로는 범행을 막기 어렵다.

 

특히 결별 이후 집착, 반복적 연락, 직장·주거지 주변 배회, 폭력 전력, 살해 협박 등이 확인되는 사건에서는 단순 경고나 접근금지를 넘어 신병 확보나 전자장치 부착 필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처벌법은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위반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긴급응급조치 위반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의 핵심은 위반 뒤 처벌이 아니라, 위반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서 범행 전 위험을 차단하는 데 있다.

 

신고와 보호조치가 이뤄진 뒤에도 피해자가 일상적인 퇴근길에서 살해되면서, 스마트워치 중심의 피해자 보호가 고위험 스토킹 사건에서 충분한 대응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법령상 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 위험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느 시점에 더 강한 잠정조치로 넘어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늦어지면 보호조치는 사후 대응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 동선 파악, 반복적 접근, 보복 가능성 등이 확인되는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가해자의 접근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A 씨가 회복하는 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사전 계획 여부, 접근금지 조치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살인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