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 불붙어
장윤기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부실수사와 증거인멸 의혹이 잇따라 드러난 가운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장윤기 사건 수사팀의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유구무언”이라며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경찰청은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A 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비위 수사에 착수했다.
A 경감은 지난 5월 5일 사건 직후 장윤기의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 도구로 지목된 SUV와 장윤기 자취방에서 발견된 ‘훼손된 리얼돌’ 등 주요 증거물을 실물 보존하지 않고 수사 초기 가족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장윤기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으로 알려지면서 수사팀과의 유착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논란은 개별 사건의 부실수사 의혹을 넘어 형사사법 체계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이 경찰 송치기록을 검토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장윤기 사건은 검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이나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이행하고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 검사장이 권한 있는 사람에게 해당 사법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경우에도 검사는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사건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조치, 사건 송치 요구도 가능하다. 현행 제도는 경찰의 1차 수사 이후 검찰이 사건을 다시 점검하는 사후 통제 구조를 두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 막을 장치 있나”…장윤기 사건 후폭풍
반면 최근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직접 보완수사권을 없애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사는 송치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만 관여하게 된다.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에는 대상과 이유, 방법, 절차, 시기 등을 문서로 명시해야 하고, 사법경찰관은 원칙적으로 90일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개정안은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각급 공소청장이 해당 수사관서장에게 담당자의 직무배제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조항이 현행법보다 강화된 장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에도 이미 보완수사요구 불이행 시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직무배제 요구 조항의 유무가 아니라,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의 빈틈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는지 여부다.
경찰 수사에 의문이 생겨도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고 같은 수사기관에 다시 수사를 요구하는 구조가 되면, 부실수사나 제식구 봐주기 의혹이 있는 사건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개정안은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는 ‘전건송치’도 담고 있지 않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까지 없애면, 불송치 사건이나 부실 송치 사건에 대한 외부 검증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장윤기 사건이 이 같은 우려를 현실적으로 보여줬다고 보고 있다.
경찰 수사팀과 피의자 가족 사이의 유착 의혹, 핵심 증거물 미확보, 압수수색 과정의 증거인멸 의혹이 한 사건에서 동시에 불거진 만큼, 수사를 경찰에만 맡기는 구조가 충분한 견제 장치를 갖췄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인 법무법인 안팍 신승우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계속 지적돼 왔다”며 “특히 수사팀 자체의 부실이나 유착 의혹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같은 기관에 다시 확인을 맡기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가 모든 사건을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록상 의문점이 있거나 경찰 수사의 공정성 자체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검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가 필요하다”며 “그 통로까지 막히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를 다툴 실질적인 방법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최근 대검찰청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검은 전국 지검·지청 의견을 모아 법무부에 전달했으며, 법무부는 최종 검토를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일선 검사들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사건 처리 지연이나 부실수사 보정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