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촬영물을 직접 전송하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통화의 화면공유 기능으로 제3자에게 '보여주기만 한 행위'도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제공'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20부(정아영 판사)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피해자 B씨와 교제하다 2024년 12월 중순 결별했다. 이후 지인 C씨와 인스타그램 영상통화를 하던 중 B씨와 교제 당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을 화면공유 방식으로 보여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성적 촬영물 파일을 직접 전송하지 않고 실시간 화면공유 방식으로 보여준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제공’에 해당하는지였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 측은 파일 자체를 C씨에게 전송하지 않았고, 영상통화 중 실시간 화면으로 잠시 보여준 것에 불과해 촬영물 ‘제공’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촬영물 ‘제공’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는 과거 판례에서도 문제 된 바 있다.
실제 2023년 서울고법은 과거 연인에게 보낸 나체 사진과 영상을 현 남자친구가 자신의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전송해 보관한 사건에서, 해당 행위를 성폭력처벌법상 ‘제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촬영물을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전송해 저장한 행위까지 ‘제공’으로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확장 해석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이번 사건은 A씨가 촬영물을 자신의 기기나 계정에 저장한 후 영상통화 상대방인 C씨가 해당 촬영물을 직접 시청하고 녹화 기능 등을 통해 저장·복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수사 결과 C씨는 A씨가 화면공유로 재생한 성적 촬영물을 녹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화면공유 방식이라도 상대방이 촬영물을 시청하고 저장하거나 복제할 수 있다면 반복 시청과 2차 유포 위험이 발생한다”며 “파일을 직접 보내지 않았어도 제3자가 성적 촬영물을 시청하고 저장·복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한 이상 성폭력처벌법상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성적 촬영물은 한 번 외부에 노출되면 피해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파일을 제공하지 않았어도 화면공유, 영상통화, 라이브 방송 등으로 제3자에게 보여주는 행위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촬영물 유포나 노출 정황을 알게 된 경우 대화 내용, 통화 기록, 화면녹화 여부, 상대방 진술 등 증거를 가능한 한 빨리 보존하고 수사기관이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