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출판기념회 돈봉투' 무혐의…警 "정치자금 아닌 출판 축하금"

정치자금·청탁금지법 모두 불송치
野 "권력 위한 면죄부" 강력 반발

 

경찰이 출판기념회 '돈봉투 의혹'으로 고발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출판기념회를 정치활동이 아닌 출판 축하 행사로 보고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뇌물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서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

 

경찰은 출판기념회에서 오간 책값을 정치활동을 위한 정치자금이 아닌 출판 축하금으로 판단했다. 출판기념회 역시 정치활동이 아닌 의례적 행사로 봤다.

 

이 같은 결론에는 2005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로 제시됐다. 당시 대법원은 출판기념회가 저자의 노고를 격려하고 출판을 축하하기 위한 의례적 행사인 만큼, 참석자가 정가보다 많은 금액을 책값으로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경찰은 행사 주최가 서 의원 개인이 아닌 출판사라는 점도 고려했다. 출판사가 도서를 판매한 뒤 계약에 따라 저작료를 지급하는 구조여서 현장에서 받은 돈이 곧바로 서 의원에게 귀속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참석자들이 5만~15만원이 든 봉투를 현금 수거함에 넣는 장면은 확인됐지만, 해당 금액이 서 의원에게 직접 전달됐다고 볼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같은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뇌물수수 혐의 역시 직무 관련성과 금품 귀속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불송치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당 몫이어야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서영교 위원장 앞에서 경찰은 공정한 수사기관의 본분을 내려놓았다"며 "권력 앞에 한없이 작아진 굴종 수사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 논리대로라면 정치인은 출판기념회만 열면 책 한 권에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받아도 문제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권력자를 위한 '법리 맞춤형 면죄부'를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법적 성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 방식과 한도를 규정한다. 국회의원 후원회의 연간 모금 한도는 1억5000만원, 시·도의회의원은 5000만원, 자치구·시·군의회의원은 3000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등의 후원회는 선거비용제한액의 50%까지 모금할 수 있다.

 

반면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상 후원회와 다른 체계로 운영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후보자의 출판기념회를 제한하고 있지만, 수입·지출을 정치자금으로 관리하도록 규정하지는 않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출판기념회가 정치활동인지, 단순한 출판 행사인지, 정가를 웃도는 책값을 어디까지 통상적인 도서 구매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수익을 정치자금으로 관리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서 의원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당시 정가 2만5000원인 책보다 많은 현금이 담긴 봉투가 수거함에 들어가는 모습이 공개되며 논란을 빚었다.

 

이후 김정철 당시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책값을 현저히 초과한 금액을 받은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서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