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친구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이 4대 3으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가 제시한 유죄 의견과 실형 양형 의견을 고려해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현순)는 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3년간의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다만 피해 회복과 사죄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A 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A 씨는 지난해 3월 27일 오전 4시부터 6시 사이 부산 남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잠든 아내의 친구 B 씨의 신체를 만지고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의 아내 C 씨와 피해자 B 씨, 또 다른 친구 D 씨는 약 10년간 알고 지낸 사이였다. D 씨는 A 씨와도 약 20년 동안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전날인 지난해 3월 26일 B 씨와 C 씨, D 씨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C 씨의 권유로 A 씨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A 씨와 합류해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난 뒤 A 씨는 거실 식탁 부근에서, B 씨는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C 씨는 안방으로, D 씨는 서재로 들어가 각각 잠을 잤다.
검찰은 A 씨가 다른 사람들이 잠든 사이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B 씨를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약 12시간 동안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범행을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가 사실상 B 씨의 진술뿐인 상황에서 해당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검찰은 B 씨가 수사 초기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경위와 당시 상황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직후 B 씨가 A 씨에게 전화해 범행을 따져 묻자 A 씨가 “죄송하다”고 사과한 점도 유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했다.
A 씨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 씨는 사건 직후 사과한 이유에 대해 “옆에서 아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하지 않은 행동까지 먼저 사과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범행이 이뤄졌다고 지목된 시간에는 이미 잠에서 깨어 출근 준비를 하고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B 씨와 대화도 나눴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재에서 잠을 자던 D 씨도 식탁을 정리하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A 씨와 인사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A 씨가 사건 직후에는 사과했다가 이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의적으로 사과했다”고 진술을 바꾼 데 이어 법정에서는 범행 자체를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약 2시간 동안 평의를 진행한 배심원 7명 가운데 4명은 유죄, 3명은 무죄 의견을 냈다.
양형 의견은 징역 3년과 징역 2년 6개월이 각각 2명, 징역 2년이 1명이었다. 나머지 2명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은 재판부를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 다만 재판부는 사실 인정과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배심원 판단을 참고할 수 있다.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6개월 무거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주요 내용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사건 이후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고려해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