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불륜에 살인사건 수사 유착까지…권한 커지는 경찰, 통제는 작동하나

근무 중 부적절한 관계·증거 은폐 정황에도 정직·견책
최근 5년간 연평균 503명 징계…외부 통제 강화 목소리

 

대구의 한 파출소에서 기혼 경찰관 3명이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이용해 잇따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감찰을 통해 드러났다. 광주에서는 여고생 살인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이 피의자의 경찰관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하고 증거를 없애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책임이 한층 커지는 가운데, 경찰 조직의 내부 통제와 비위 감시 장치가 권한 확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대구경찰청은 최근 한 지구대(파출소) A 경사(여·30대)와 상간남인 B 경감(40대), C 경장(40대)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처분을 내렸다.

 

A 경사는 지난해 11월부터 B 경감과 교대·휴게 시간을 맞추거나 근무지를 이탈해 파출소 휴게실과 회의실, 차량 등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파출소 침구류에 남은 흔적을 없애기 위해 청소원에게 비용을 주고 뒤처리를 부탁한 정황도 감찰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A 경사는 B 경감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뒤 지난 1월부터 같은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C 경장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갔지만, 이후 A 경사의 남편이 비밀 대화방 등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면서 감찰이 시작됐다.

 

이들에게 내려진 처분은 A 경사 정직 3개월, B 경감 정직 2개월, C 경장 견책으로 전해졌다.

 

근무 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하고 경찰 시설과 순찰차 등을 사적으로 이용한 데다 관련 흔적을 없애려 한 정황까지 제기됐지만 파면이나 해임 처분은 내려지지 않았다.

 

 

경찰 조직의 신뢰를 흔든 사건은 사생활 비위에 그치지 않았다. 수사 경찰관이 사건 관계자와 유착할 경우 증거 수집과 송치 기록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수사 과정에서는 피의자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이라는 이유로 수사팀이 증거 확보를 소홀히 하고 강제수사 정보까지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장윤기의 차량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않았고,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을 규명하는 데 필요했던 성인용품도 확보하지 못했다.

 

해당 물품에서는 장윤기의 DNA가 검출됐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송치 이후 검찰에 전달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장을 구속한 데 이어 경찰서장과 형사과장도 입건해 수사 지휘·보고 라인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장윤기 사건은 경찰이 확보하지 않거나 송치 기록에서 빠뜨린 증거를 누가 다시 확인하고 바로잡을 것인지라는 문제도 드러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내부 유착으로 왜곡될 경우 이를 견제할 별도 장치가 충분한지를 두고 논란도커지고 있다.

 

경찰 비위는 일부 지역이나 특정 부서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이데일리가 경찰청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연평균 503명이다.

 

2024년 536명에 이어 지난해에도 528명이 징계를 받았다. 올해는 5월까지 224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정직 이상 중징계는 102명으로 45.6%를 차지했다.

 

지난해 징계 사유는 음주운전 등을 포함한 규율 위반이 2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성비위 등 품위 손상이 218명으로 뒤를 이었다. 성비위로 징계받은 경찰관은 60명, 음주운전 징계자는 68명으로 집계됐다.

 

외부 인사가 경찰 비위와 감찰 정책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만든 시민감찰위원회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에는 전국 시도경찰청 가운데 9곳이 시민감찰위원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경찰은 잇따른 비위 사건에 대응해 전국 경찰관서에 비위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 교육을 강화했다.

 

내부비리수사대 신설을 추진하는 한편 중징계를 받은 수사경찰에게 수사경과를 다시 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사 규정도 강화했다.

 

그러나 비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내부 감찰 인력을 늘리고 교육을 반복하는 방식만으로는 경찰이 경찰을 조사하고 징계하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경찰 권한이 커질수록 비위가 발생한 뒤 내부 징계로 마무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사 단계부터 외부가 기록을 확인하고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중요 사건은 증거 확보와 감정 결과, 송치 기록의 누락 여부를 독립된 기구가 점검하고 유착 정황이 확인되면 즉시 수사팀을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