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차주가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던 중 사고가 나면 손해배상 책임은 누가 질까.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대리기사지만 보행자나 상대 차량 탑승자가 다친 경우에는 차주도 법률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제3자인지, 대리운전을 맡긴 차주 본인인지에 따라 책임관계와 보험 적용 범위가 달라진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사람이 차량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운행자’는 운전대를 잡은 사람만을 뜻하지 않는다. 차량 운행을 지배하면서 그에 따른 이익을 얻는 사람도 운행자에 포함된다.
대법원도 자동차 소유자나 보유자가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에게 열쇠를 맡겼더라도 제3자와의 관계에서는 차량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리기사가 보행자나 상대 차량 탑승자를 다치게 했다면 피해자는 대리기사뿐 아니라 차주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피해 보상은 통상 대리기사가 가입한 대리운전자보험과 차주의 자동차보험을 통해 이뤄진다.
보험만으로 모든 손해가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대리운전자보험의 보상 한도를 넘거나 약관상 면책 사유가 인정되면 대리기사나 대리운전업체, 차주가 나머지 손해를 부담할 수 있다.
차주의 자동차보험에 운전자 범위를 가족이나 부부 등으로 제한하는 특약이 설정돼 있다면 대리기사 운전 중 발생한 사고가 종합보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의무보험 적용 여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자동차 의무보험은 피해자 1명당 사망 보험금으로 최대 1억5000만원을 보장한다. 부상과 후유장애는 상해등급별 한도가 적용되고, 대물배상 의무보험은 사고 1건당 2000만원까지 보장한다.
피해액이 이를 넘는 경우에는 차주의 종합보험이나 대리운전자보험에 추가 담보가 설정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리운전을 맡긴 차주가 사고로 다쳤다면 책임관계는 달라진다.
대법원은 대리기사와 차주의 내부 관계에서는 대리기사가 차량을 실질적으로 운행하고, 차주는 운전을 맡긴 동승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차주는 대리기사나 대리운전업체를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휴업손해 등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차주가 자신의 차량에 가입된 책임보험에서도 항상 피해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차량 소유관계와 보험계약상 피보험자 지위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어 대리운전자보험과 자동차상해·자기신체사고 담보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사고로 차량이 파손된 경우에는 대리운전자보험에 자기차량손해 담보가 포함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수리비는 보상되더라도 렌터카 비용이나 영업손해, 차량 가치 하락분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고, 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 손해는 대리기사나 대리운전업체에 별도로 청구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사고가 나면 대리기사와 업체의 보험 가입 여부부터 확인하고, 차주 보험사에도 즉시 접수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보험 처리만 믿고 넘어가기보다 블랙박스 영상과 사고 사진, 기사와 업체의 연락처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