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통고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이를 납부하기 전에 정해진 절차를 통해 다퉈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범칙금을 자진 납부한 뒤에는 실제 범칙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행정소송으로 납부 의무를 다시 따질 수 없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정은영)는 A사와 B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범칙금 납부 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부적법하다고 보고 각하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업체를 운영한 A사와 B씨는 취업 활동이 허용되지 않는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들을 고용했다는 이유로 2025년 9월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따른 범칙금 900만원의 통고처분을 각각 받았다.
이들은 통고처분을 받은 같은 달 범칙금을 모두 납부했다.
이후 A사와 B씨는 “일부 외국인은 임금을 받지 않고 사업을 도왔을 뿐 근로자로 고용된 것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칙금을 이미 납부한 이상 범칙행위의 존재 여부를 행정소송으로 다시 심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고처분의 근거가 되는 범칙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법을 주장하더라도 범칙금을 납부한 이후에는 이를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범칙금 납부 의무의 근거가 되는 통고처분은 행정청이 구체적인 사실에 관해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 행사로서 성질상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통고처분의 모든 내용을 취소소송이나 법률관계 확인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범칙금을 납부하면 통고처분에 적힌 범칙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된 것과 유사한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범칙금을 이미 납부한 경우 통고 이유에 기재된 범칙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된 것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된다”며 “이를 사후적으로 번복하려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별도의 법률상 근거 없이 행정소송을 통해 통고처분에 따른 범칙금 납부 의무의 존재 여부를 심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범칙금 통고처분에 불복하려는 경우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고 법원이 판단하는 형사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1995년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상 범칙금 통고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취소를 구할 수 없으며, 통고처분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결심판 절차를 통해 다퉈야 한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