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용명 교도소연구소 소장 “미래 교정, 시설·인사·정책 함께 바꿔야”

교도소는 혐오시설 아닌 사회 안전 기반시설
재범 줄이는 교정이 가장 효과적인 범죄예방
교정청 독립해 미래 교정정책 직접 설계해야
교도관이 정책 결정 참여하는 인사구조 필요

 

교도소는 흔히 범죄자를 수용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금용명 교도소연구소 소장은 교도소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회 기반시설"이라고 정의한다. 처벌은 재판으로 끝나지만, 교정은 출소 이후 재범을 막아 사회 안전을 지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금 소장은 1992년 안동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임용돼 2021년 안동교도소장을 끝으로 약 30년간 교정 현장을 지켰다. 퇴직 후에는 국내 유일의 교도소연구소를 설립해 교정사와 행형사, 교도소 건축, 교정정책 등을 연구하며 현장 경험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경북 안동시 교도소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우리 교정이 처벌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재범 방지와 사회 안전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밀수용 문제와 교정시설 신축을 둘러싼 지역 갈등, 교정청 설치 논의 역시 국민의 안전을 높이는 교정체계를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금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먼저 교정공무원으로 걸어오신 길과 퇴직 후 교도소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1992년 안동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임용돼 약 30년간 교정 현장에서 근무했고, 2021년 안동교도소장을 끝으로 퇴직했습니다. 현재는 교도소연구소를 설립해 교정학과 형집행법, 교정사, 교도소 건축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직에 있을 때 수집한 교정사와 교도소 건축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교정의 역사와 제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사실상 없어 자료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교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사회에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교정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국가 기능임에도 여전히 잘못 알려진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연구를 통해 사실을 바로 알리고 언론과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연구소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퇴직 후에도 교정 연구를 이어오시는 이유와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A. 교정을 연구하면서 늘 '왜 우리 교정은 발전이 더딜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교정시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용자 처우와 교육 프로그램은 꾸준히 발전했지만 교도소 건축은 여전히 과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교도소 형태를 '1세대 교도소'라고 부릅니다. 직원과 수용자를 철저히 분리하고 감시와 통제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미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이런 방식을 과감히 바꿨습니다. 제가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근무하던 당시 미국 테네시주 교정국을 방문해 관련 자료와 설계도면을 직접 확인했는데, 이미 4세대 교정시설까지 발전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교정 철학입니다. 교도소를 단순한 통제 공간이 아니라 재사회화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설계한 것입니다. 직원과 수용자가 같은 생활권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 규율 위반과 폭력이 줄었고, 교도관의 역할도 감시자에서 지도자이자 교육자로 확대됐습니다. 시설 설계의 변화는 교정문화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교정시설은 건물을 새로 짓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철학을 담아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교도소가 사회와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교정시설과 교정정책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Q. 교정시설 신축이나 이전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교도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지역 갈등을 해소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주민들이 교도소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안전에 대한 우려와 집값 하락에 대한 걱정, 두 가지입니다. 두 문제 모두 국가가 충분히 설명하고 해소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1962년 마포형무소가 안양으로 이전한 이후 도시가 팽창할 때마다 교도소는 점차 외곽으로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교도소는 범죄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국가 기반시설입니다. 하수처리시설이나 상수도시설처럼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국가가 주민과의 소통보다 시설 건립에 무게를 둬 왔다는 점입니다. 교도소가 얼마나 안전하게 운영되는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민들이 충분히 알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설명과 소통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도소 부지 안에 파출소를 함께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주민의 안전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집값 문제 역시 실제로는 대구나 상주 사례처럼 주변 개발과 함께 지가가 상승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객관적인 자료를 꾸준히 제시하며 주민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합니다.

 

 

Q.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우리 교정의 강점과 보완할 점은 무엇입니까.

 

A. 해외 사례 가운데 가장 참고할 만한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전후 약 60년 동안 100만 명에 이르는 범죄자를 장기간 추적·분석해 재범 원인을 연구했고, 이를 토대로 재범 위험군별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 수형자는 출소 전부터 복지기관과 연계해 주거와 생활을 준비하고, 약물사범은 교정시설과 보호관찰소가 정보를 공유하며 치료를 이어갑니다. 국가가 출소 이후까지 책임을 이어가는 체계를 갖춘 것입니다.

 

반면 우리 교정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가족이 수용자를 돌보는 '옥바라지' 문화가 형성돼 있었고, 지금도 다른 나라보다 가족 면회가 활발한 편입니다. 가족과의 유대는 출소 이후 사회 적응과 재사회화에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또 수용자들의 규율 수준과 교도관과의 관계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적극 활용해 재범방지 정책과 연계한다면 우리 교정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교정청 설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교정청이 설치된다면 현재의 교정행정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십니까.

 

A. 교정청 설치는 단순히 조직을 하나 더 만들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교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현재 교정은 법무부 조직 안에서 인사와 예산, 시설 등 주요 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교정시설 신축과 연구, 재범방지 정책도 장기적인 계획보다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우리나라에는 교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가기관도, 교정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박물관도 없습니다. 교정정책은 현장 경험과 연구가 함께 축적될 때 발전할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기반이 아직 부족합니다.

 

교정청이 설치된다면 정책과 시설은 물론 연구와 기록 보존도 교정의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교정청은 조직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 교정을 준비하기 위한 국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정 인사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교정업무는 대부분 실무적 성격을 띱니다. 국가행정 가운데 이처럼 현장 업무가 강조되는 분야도 많지 않습니다. 교정의 목적을 실현하려면 수용자 처우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수많은 사례를 몸으로 경험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교정조직은 일선 수용자 처우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인력이 정책결정권자와 기관장 상당수를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검찰과 경찰, 군, 소방 등 유사 직종은 입직 경로를 고려한 승진제도를 통해 조직의 특수성에 맞고 미래 정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반면 교정직은 9급으로 입직한 교도관이 4급 기관장까지 승진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일선 실무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인력이 고위공무원의 60~70%를 차지하면서 정책을 수립·결정하는 과정에서 현장 실무와 정책 시행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고려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습니다.

 

이는 정책, 조직, 시설, 인사 등 교정이 직면한 여러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고위공무원 인사에 입직 경로별 쿼터제를 도입해 현장 실무를 직접 경험한 교도관이 정책 결정과 집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9급으로 입직한 교도관도 경쟁과 노력을 통해 고위공무원과 기관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을 정책에 반영하고 실무에 맞는 정책을 결정할 기회가 보장된다면 교정행정도 현장 중심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Q. 후배 교정공무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A. 교도관은 사람을 관리하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직업입니다. 수용자를 단순히 통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선생님이 되고, 때로는 상담자이자 보호자의 역할도 맡게 됩니다.

 

교정은 제도나 시설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존중이 교정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 안동교도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수용 중이던 고(故) 문익환 목사를 만나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당시 경험을 통해 사람을 직책이나 신분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교도관 역시 수용자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후배 교정공무원들도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교정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국가 기능이며, 교도관은 그 최일선에서 재범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전문 공무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