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정시설 의료는 더 이상 교도소 안의 부수적 문제가 아니다.
정신질환 수용자, 마약류 사범, 고령·만성질환 수용자가 함께 늘어나면서 교정시설은 단순한 격리 공간을 넘어 치료, 관리, 재활, 사회복귀까지 감당해야 하는 복합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교정의료체계는 개별 교정기관 부속의원과 외부 병원 진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부속의원은 일상 진료와 응급 초기대응을 담당하지만 정밀검사, 입원치료, 정신질환 집중치료, 중독치료, 고령·만성질환 장기관리까지 맡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통계도 변화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2024년 교정시설 내 진료 인원은 연인원 기준 829만 명을 넘었고, 의료비 집행액은 449억 원으로 당초 예산 335억 원보다 약 34% 초과했다. 65세 이상 수용자는 2018년 2,648명에서 2024년 5,054명으로 늘었다.
최근 서영석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 수용자도 2016년 3,296명에서 2026년 6월 기준 6,571명으로 증가했다.
현행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부속의원과 외부 병원 사이에서 중증도와 치료 필요도를 판단하고 조정할 권역 단위 2차 의료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신질환 수용자는 늘고 있지만 상주 전문의와 집중치료 시설은 충분하지 않다. 원격진료도 일부 보완 기능은 할 수 있으나 자살위험과 폭력위험, 중증 정신질환, 약물중독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치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외부 병원 진료가 늘어날수록 호송 인력과 차량이 투입되고 도주나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수용자가 회복되지 않은 채 출소하면 그 부담은 다시 지역사회와 공공의료체계로 돌아간다.
따라서 교정의료는 담장 안의 특수 복지가 아니라 공공보건의료의 한 축으로 보아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은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활동을 공공보건의료로 본다.
수용자는 자유가 제한되어 일반 의료 접근성이 낮은 대표적 취약집단이다. 교정시설 안에서 정신질환과 중독, 고령질환, 감염병을 적절히 관리하는 일은 수용자 처우 개선을 넘어 국민 건강과 지역사회 안전을 지키는 공공보건 과제다.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모든 교도소를 병원화하지 않고, 일반 교정시설 외에 의료기기와 의료인력을 집중 배치한 6개의 의료중점시설과 전문치료를 담당하는 4개의 의료전문시설을 운영한다.
일반시설, 의료중점시설, 의료전문시설로 이어지는 단계적 전달체계를 둔 것이다. 다만 한국이 일본식 의료형무소 체계를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우리의 수용 여건, 권역 구조, 공공의료 인프라에 맞는 한국형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현실적 대안은 지방교정청 권역별로 2차 병원급 광역 교정의료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부속의원은 의원급 1차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광역 교정의료센터는 입원치료, 전문검사, 정신질환 집중치료, 약물중독 치료, 고령·만성질환 장기관리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서울·대구·대전·광주 등 현행 지방교정청 권역을 기본축으로 시작하되, 수용자 분포와 이송 거리, 지역 공공의료 인프라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설치 방식도 현실적이어야 한다.
기존 도립병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국립대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안에 보안형 병동이나 독립형 교정의료센터를 설치하고, 의료는 공공병원이 담당하며 계호와 수용관리는 교정당국이 맡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이는 교정시설 안에 병원을 모두 새로 짓자는 주장이 아니다. 이미 지역에 존재하는 공공의료 역량과 교정의 특수 수요를 연결하자는 것이다.
교정의료센터는 응급호송과 외부진료 부담을 줄이고 고위험 환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지역 의료체계와 안전망을 함께 강화하는 시설이어야 한다.
운영 방식은 협력적 거버넌스가 되어야 한다. 교정당국은 보안과 수용관리를 책임지고, 공공의료기관은 전문진료와 입원치료를 담당하며, 민간과 지역사회는 중독회복, 심리상담, 가족관계 회복, 출소 후 연계를 지원해야 한다.
이는 국가가 모든 것을 직접 떠안는 방식도 아니고 민간에 책임을 넘기는 방식도 아니다. 교정, 보건의료, 복지, 지역사회 자원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융합행정이자 3섹터형 공공행정 모델이다.
최근 법무부 교정미래혁신단은 교정의료 인프라 확충과 교정병원 설립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향은 옳지만 교정병원 설립은 예산, 의료인력 확보, 부지 선정, 지역사회 수용성, 운영 주체 조정 등 종합적 준비가 필요한 중장기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 기존 2차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한 광역 교정의료센터를 권역별로 구축하고, 운영 성과를 토대로 국가 차원의 교정병원 설립을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교정의료는 수용자에게 특혜를 주자는 제도가 아니다. 필요한 치료를 제때 제공해 시설 내 위험을 줄이고, 교정공무원의 부담을 낮추며, 출소 이후 지역사회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공정책이다.
이제 교정은 ‘가두는 행정’을 넘어 치료하고, 회복시키고,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광역 교정의료센터는 미래형 교정의료체계의 현실적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