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결혼하면 이 집에서 살 예정이니 계약을 연장할 수 없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거주하던 40대 직장인 C씨는 지난 2월 임대인 D씨로부터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임대차계약 만료를 약 5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18일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임대인의 실거주 통보를 받고 계약갱신을 거절당했다는 임차인의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자녀의 학교와 직장 출퇴근 문제로 계속 거주하기를 원했지만, 임대인이 아들의 결혼과 신혼집 사용을 이유로 계약 연장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C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을 요구했으나 D씨가 아들의 실거주 계획을 거듭 밝히자 새로운 거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같은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D씨가 해당 주택을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기존 보증금보다 높은 금액의 전세 매물로 내놓았다는 말을 들었다.
C씨가 매물 등록 사실을 확인하자 D씨는 “아들이 아직 결혼 날짜를 정하지 못해 당분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후에는 “집을 매도할 수도 있다”, “아들이 아니라 부모님이 거주할 가능성도 있다”는 등 앞선 설명과 다른 말을 내놨다.
C씨는 D씨가 실제로 거주할 의사 없이 보증금을 올려 새로운 임차인을 받기 위해 계약갱신을 거절했다고 판단해 집을 비우지 않았다.
반면 D씨는 갱신거절 당시 자신이나 직계가족이 실제로 거주할 계획이 있었다며 C씨를 상대로 주택 인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임대인이나 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만으로 실거주 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한 명목상의 계획이 아니라 갱신거절 당시 실제 거주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객관적인 사정으로 확인해야 한다.
2023년 대법원도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사건에서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사정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법원은 실거주 계획이 언제, 어떤 경위로 형성됐는지와 갱신거절 전후의 설명이 일관되는지를 살핀다”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거나 보증금을 인상하려 한 정황도 함께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북부지법도 임대인이 오피스텔에 직접 거주하겠다며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제기한 건물 인도 소송에서 임대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기존 보증금이 낮아 이를 올리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주택 처분 가능성까지 언급한 점을 고려했다.
임대인의 가족 구성과 오피스텔 규모도 실제 거주 계획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실거주 의사는 기존 주택의 매도나 임대차 종료, 직장 이동, 부모와의 합가, 자녀의 학교 이전, 이사업체 계약과 주소 이전 준비 등으로 증명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준비가 갱신거절 당시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관되게 진행됐는지가 중요하다.
분쟁이 시작된 뒤 급하게 이사계약서나 전입 계획서를 작성했거나 가족의 생활 여건과 주택의 면적·구조에 비춰 거주 계획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증명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을 내보낸 뒤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도 질 수 있다.
손해배상액은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 3개월분과 새 임차인에게 받은 환산월차임과 기존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 임차인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기준으로 정한다.
C씨 사례에서 D씨가 아들의 신혼집 사용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면서 기존보다 높은 보증금으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했다면 실거주 주장의 신빙성은 낮아질 수 있다.
결혼이나 이사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주 주체까지 계속 바뀌었다면 갱신거절 당시 구체적인 실거주 계획이 있었다는 점도 증명하기 어려워진다.
배 변호사는 “임대인의 ‘직접 살겠다’는 말만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법원은 갱신거절 전후의 언행과 이사 준비, 가족의 생활 여건이 실제 거주 계획과 일관되게 맞아떨어지는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