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정 현장을 떠난 뒤에도 현직 후배들을 만나면 대화는 어김없이 교정 이야기로 흘러간다.
수용자 관리의 어려움과 부족한 인력, 낡은 시설과 과밀수용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마지막에는 늘 인사제도가 남는다. 현장 직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문제이자, 교정조직의 오랜 병폐가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후배들에게 교정 인사개혁의 첫 번째 과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적지 않은 이들이 주저 없이 ‘교정고시 폐지’를 꼽는다.
왜 현장에서는 교정고시에 대한 반감이 이토록 클까.
현장의 반감은 특정 입직 경로 자체보다 그 이후 형성된 인사구조에 있다.
고시 출신 간부들이 교도소장에서 지방교정청장으로, 다시 청장에서 일선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오랫동안 고위직에 머무르는 사이 교정조직 상층부의 인사 흐름이 막혔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임 교정본부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던 당시, 일선 기관장들은 관행적으로 실시하던 정년퇴직 1년 전 공로연수나 명예퇴직을 미루고 정년까지 근무했다. 그 결과 인사 적체가 심화돼 5급 승진시험 합격자들이 1년 넘게 보직을 받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는 고위직 한두 자리의 정체가 조직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과연 정상적인지 의문이 든다.
일부 후배들은 고위공무원은 4년, 부이사관은 5년, 4급 기관장은 10년 등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직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계급정년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기간이 적절한지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고위직의 장기 재직이 조직 전체의 순환을 막고 있다는 문제 제기만큼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최근 발표된 교정청 설립 로드맵에서도 이러한 불신이 다시 드러난다. 교정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정성호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마련된 계획안에는 부이사관 자리를 6개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일부 현장에서는 “하위직 처우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들이 갈 자리만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이를 하위직의 불평이나 피해의식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층부의 자리는 늘어나는데 하위직의 승진 구조는 오랫동안 제자리였기 때문에 생긴 불신이다.
그 불신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현재의 승진 구조를 들여다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일반행정직은 9급에서 8급,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할 때 최저승진소요연수를 채우면 심사승진의 기회를 비교적 폭넓게 얻는다. 반면 교정공무원은 상당수가 근속승진에 의존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근속승진마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인사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이 문제를 당시 행정안전부에 여러 차례 제기했다.
행정안전부도 교정직의 직급별 정원 구조가 지나치게 왜곡돼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교정본부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2025년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교정공무원 가운데 6급은 3595명, 9급은 3340명이다. 숫자만 보면 6급이 9급보다 많은 역삼각형 조직처럼 보인다. 그러나 직제상 정원은 정반대다. 6급 정원은 1635명에 불과한 반면 9급 정원은 6493명으로, 9급 정원이 6급보다 약 4배 많다.
실제 계급과 직제상 자리가 따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수치상으로는 6급 계급장을 단 직원 가운데 1960명이 직제상 6급 자리가 아닌 7급이나 8급, 심지어 9급 직위에 배치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계급은 올라갔지만 자리와 역할은 그대로인 ‘무늬만 승진’이다.
젊은 직원들이 승진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정체된 조직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으니 연가와 휴직까지 사용해 공부한다. 그 부담은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결국 수용자 관리의 공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나는 현재 6급 현원의 상당 부분을 직제상 6급 정원으로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하면 7급에서 6급, 8급에서 7급, 9급에서 8급으로 이어지는 심사승진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이후 5급과 7급, 8급 정원도 조직 현실에 맞게 단계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원 확대에는 예산과 다른 직렬과의 형평성 문제가 따른다. 모든 근속승진자를 상위 직급 정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다만 실제 계급과 직제상 정원이 크게 어긋난 상태를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교정본부가 답해야 한다.
교정청 설립에 필요한 고위직을 늘리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부이사관 자리만 늘리고 하위직 승진과 처우 문제를 외면한다면 현장의 반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하위직의 직급 정원과 승진 통로를 함께 넓힌 뒤 필요한 고위직을 확충한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현장의 분위기도 달라지지 않을까.
교정은 책상에서만 배울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수용자와 직접 부딪히고 수많은 돌발 상황을 겪어야 이해할 수 있는 현장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9급 출신이면 모두 현장을 잘 알고 고시 출신이면 모른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출신에 따라 미리 천장을 만들어 놓지 않는 것이다. 다양한 입직 경로의 직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현장 경험과 정책 역량을 두루 갖춘 사람이 조직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교정청의 외형과 고위직 숫자를 논의하기 전에 9급으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