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을 정상적으로 받은 뒤 음식을 받지 못했다고 거짓말하고 조작한 사진까지 제출했다면 실제 환불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사기미수죄로 처벌될 수 있다.
고객센터 상담원이 제출된 자료를 검토해 환불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면 컴퓨터등사용사기죄보다 일반 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19일 음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음식점에서는 고객이 오배송이나 음식 미수령을 주장하며 환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실제 배달 장소와 다른 현관 사진을 제출하거나, 도어락과 출입문 일부를 합성한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 의왕시의 한 피자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배달앱으로 주문받은 2만원 상당의 피자를 고객의 아파트 문 앞에 놓은 뒤 배달 완료 사진을 촬영해 전송했다. 그러나 약 30분 뒤 고객은 피자를 받지 못했다며 주문 취소와 환불을 요구했다.
고객은 자신의 집 현관이라며 별도의 사진을 제출하고 “배달 완료 사진과 도어락 색깔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객이 제출한 사진은 도어락만 정면을 향하고 있었고, 손잡이와 도어락 사이의 간격과 원근감도 맞지 않는 등 합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A씨가 경찰에 고소하자 고객은 처음에는 “다른 남성이 피자를 훔쳐 갔다”고 해명했다가 이후 생활고 때문에 거짓말했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이 처음에는 오배송을 주장했다가 제3자의 절도와 경제적 어려움을 차례로 내세웠다면 단순한 착오보다 환불을 받아내기 위해 허위 주장을 했다는 정황으로 판단될 수 있다.
실제 배달 장소와 다른 사진을 마련하고 합성 흔적이 있는 자료까지 제출했다는 점도 범행 고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속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정상적으로 배달된 음식을 받고도 “음식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거나 오배송된 것처럼 사진을 조작해 제출했다면 환불을 받아내기 위한 기망행위가 될 수 있다.
배달앱 업체나 음식점이 고객의 주장을 믿고 카드 결제를 취소하거나 환불금 또는 포인트를 지급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반면 사진 조작이 드러나 환불이 거절됐다면 재산상 이익을 실제로 얻지 못했기 때문에 사기죄의 기수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합성사진을 제출하는 등 환불을 받아내기 위한 구체적인 행위에 나섰다면 사기미수죄로 처벌될 수 있다.
단순히 환불 가능성을 알아보거나 불만을 제기한 수준을 넘어 허위 사실을 주장하고 조작된 자료까지 제출했다면 사기 범행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도 배달음식에서 벌레나 이물질이 나온 것처럼 꾸민 사진을 제출해 환불받은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해 왔다.
서울북부지법은 음식을 정상적으로 배달받은 뒤 이물질이 나온 것처럼 꾸민 사진을 보내 환불금을 받은 범행을 유죄로 인정했다.
같은 수법으로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사기미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환불 비용을 실제로 부담한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배달앱 업체가 자체 비용으로 환불금을 지급했다면 플랫폼 업체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음식점 정산금에서 주문 금액이 차감됐다면 업주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용되는 죄명은 환불이 처리된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변경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한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사람의 별도 판단이나 처분행위 없이 전산 처리 결과만으로 재산상 이익이 이전될 때 적용된다. 고객이 앱에 허위 환불 사유를 입력하자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자동으로 결제가 취소됐다면 이 죄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반면 고객센터 상담원이 고객과 업주의 설명을 듣고 배달 완료 사진과 제출 자료를 직접 살핀 뒤 환불 여부를 결정했다면 일반 사기죄에 가깝다.
고객이 속인 대상이 전산 시스템이 아니라 환불 권한을 가진 상담원이나 업체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고객이 실제로 음식을 받았는지, 어떤 경위로 환불을 요구했는지, 제출한 사진이 조작됐는지, 환불 결정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이 개입했는지도 주요 쟁점이 된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배달 완료 사진 원본과 촬영 시각, 주문 주소, 고객센터 상담 기록, 고객이 제출한 사진 등이 주요 증거가 된다”며 “실제 환불이 이뤄졌다면 카드 승인 취소 내역과 음식점 정산금 차감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 주문이라는 이유로 업주가 신고를 포기하면 같은 수법이 다른 음식점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며 “의심스러운 환불 요구를 받았을 때 고객과 직접 다투기보다 배달 사진 원본과 상담 기록을 보존하고 플랫폼에 조작 정황을 알린 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