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개편 시동…'1주택 기준' 차등과세 무게

주택 수 대신 '가액' 중심 검토
매물 잠김 막을 거래세도 손질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체계를 주택 수보다 보유 주택의 합산 가액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실거주 여부와 주택 가격, 지역 등을 고려해 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주택 공급과 금융, 세제 전반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제안을 검토해 향후 부동산 정책과 세제 개편 논의에 반영할 계획이다.

 

종부세 분야에서는 다주택자 여부를 중심으로 세 부담을 달리하는 현행 체계를 보유 주택의 합산 가액 중심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현행 종부세도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을 토대로 산정하지만 주택 수와 조정대상지역 해당 여부 등에 따라 세율과 공제 방식이 달라진다.

 

토론회에서는 주택 수가 같더라도 보유 자산의 가치가 크게 다를 수 있는 만큼 주택 수보다 합산 가액을 중심으로 세 부담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초고가 주택을 별도로 구분해 추가 부담을 지우는 방안도 논의됐다.

 

과세 방식에는 실거주 여부와 자산 규모, 지역 특성 등을 함께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 대통령은 "통상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보유 부담을 설정한 뒤 실거주나 서민·중산층 주택, 지방 등은 감면하고 초고가 주택이나 다주택, 비거주 목적 보유에는 가중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세 기준을 어디에 설정할지를 두고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는 과세표준 기준 15억원 정도 되는 주택에 중과세를 하면 엄청난 조세저항이 벌어질 수 있다”며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종부세 개편 논의와 맞물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래가 줄어드는 반면 가격은 오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4783건으로 전달(8739건)보다 45.3% 감소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집계에서도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인 5월 9일 6만 8495건에서 6만 704건으로 11.47% 줄었다.

 

거래와 매물 감소에도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이 23일 발표한 ‘7월 셋째 주(2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7% 올랐다.

 

상승 폭은 전주의 0.30%보다 다소 줄었지만 정주 여건이 우수한 지역과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높은 가격의 거래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종부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과세 대상과 세율, 공제 기준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종부세를 도입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했다.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는 세율과 공제 기준을 조정해 부담을 낮췄다.

 

세제가 반복적으로 바뀌면서 주택 보유자의 의사결정뿐 아니라 매물과 거래량, 시장의 정책 신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보유세 개편과 함께 거래세 조정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보유 비용만 높일 경우 집주인이 매도보다 버티기를 선택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80% 가까운 양도세 부담 때문에 차라리 버티겠다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거래가 막히지 않도록 한시적인 퇴로를 마련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발표를 믿고 먼저 집을 처분한 사람들이 손해를 봤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며 세제 개편 과정에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대통령 주재 토론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토대로 세제와 공급, 금융 정책에 대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