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살리기 나선 정부…세제 지원으로 전월세 공급 늘릴까

주택 수 제외·취득세 감면 검토
정부 지원에도 거래 회복은 더뎌

 

정부가 전월세 시장의 단기 공급 대책으로 빌라와 다세대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파트보다 공급 속도가 빠른 비아파트를 시장에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세제 지원 확대 등이 거론되지만, 전세사기 이후 위축된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정책 효과를 내려면 주거환경 개선과 시장 신뢰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전월세 공급 확대 방안 가운데 하나로 비아파트 시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비아파트는 빌라와 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말한다.

 

아파트는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수년이 걸리지만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사업 기간이 짧아 전월세 시장의 단기 공급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비아파트 공급 기반은 크게 위축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21년 11만 6672가구에서 지난해 3만 3061가구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도 10만 7176가구에서 3만 1215가구로 줄어 4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전세사기 이후 빌라 기피 현상이 확산한 데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까지 커지면서 임대 목적의 비아파트 매입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비아파트 공급과 거래를 회복하기 위해 세제·금융 지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소형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 다주택자의 세금과 대출 규제 부담을 낮추고,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감면과 대출·보증 지원을 확대해 민간 임대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신축 소형 비아파트에 적용되는 주택 수 제외 특례를 기존 비아파트와 등록임대주택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됐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수도권 비아파트 공급 목표를 2027년까지 4만 1000가구, 2030년까지 11만 가구로 제시했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세대 수·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주차장 기준과 주민공동시설 설치 의무 등 건축 규제를 개선해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비아파트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정책은 과거에도 추진됐다. 윤석열 정부는 전세사기 이후 빌라 공급과 거래가 급감하자 소형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취득세 감면을 확대하는 세제 지원책을 시행했다.

 

세 부담을 줄여 비아파트 매입 수요와 민간 임대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과 아파트 선호 현상이 계속되면서 시장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번 논의에서는 신축 소형 비아파트에 집중됐던 지원 대상을 기존 주택과 등록임대주택으로 넓히고, 임대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낼 추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제 지원과 건축 규제 완화만으로 비아파트 시장을 회복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수요자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 품질과 관리 수준을 높이고, 전세보증금 반환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 지표도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비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 490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1% 증가했다. 다만 최근 5년 평균보다는 28.6% 적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최근 5년 평균을 11.4% 웃돌아 비아파트 시장과 대조를 보였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과 후속 부동산 대책에 비아파트 지원 방안을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지 검토하고 있다.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주택 품질과 임대차 안전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정책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