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형소법 이어 국회법 개정 속도전…野 “견제수단 무력화”

‘회의 지연’ 위원장 교체안도 추진
野 “민주당 의총장 만들겠단 심산”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이번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데 이어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제도를 손보는 국회법 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운영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필리버스터 종결 절차와 상임위원회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을 운영개선소위원회에 회부했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의 발의 요건을 현행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에서 5분의 1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제한토론 도중 의사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회의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현행 국회법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고,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토론을 끝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종결 표결 요건은 유지하면서 동의안 제출 문턱만 낮추는 방식이다.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은 국회 내 물리적 충돌을 줄이고 쟁점 법안을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 위해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과 함께 마련됐다.

 

소수당에는 장시간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수단을, 다수당에는 일정 기간 심사를 거쳐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한 제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반복해 민생·개혁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22대 국회 들어 국민의힘이 남발한 필리버스터만 무려 32번으로 총 750시간에 달한다”며 “소수의 의견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국회를 마비시키고 민생 입법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이 본래 취지에 맞게 작동하도록 국회법을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며 “국회법 개정을 통해 민생 입법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민주당은 상임위원회 심사 기간을 180일에서 60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90일에서 15일로 줄여 전체 절차를 현행 최장 330일에서 75일 안팎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직무대행은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 최장 330일이 걸려 패스트트랙이 아니라 슬로트랙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임위원장이 회의 개최나 법안 심사를 지연할 경우 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소위에 회부됐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교체를 요구해 과반이 찬성하면 위원장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상임위원장이 개회 요구를 받은 뒤 3일 안에 회의를 열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상임위원장이 회의 개최를 거부하거나 법안 심사를 장기간 미루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회법 개정 추진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 방침과 맞물려 있다.

 

국민의힘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민주당이 야당의 입법 저지 수단을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회법 개정안이 소수당에 보장된 합법적 견제 장치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을 민주당 의원총회장으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라고 비판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도 “일 잘하는 국회는 어느 한쪽 방향으로 품질 미달의 법안들을 양적으로 밀어내는 국회가 아니다”라며 “여야 협치가 살아 있어 고품질의 성과물을 창출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필리버스터 남용과 과도하게 긴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개선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회 운영 규칙을 다수 의석만으로 바꾸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결의 효율성과 소수 의견 보호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 의석 구도가 바뀔 때마다 국회 운영 원칙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