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수용자 10년 새 2.2배…인권위 “지정 해제 개별 심사해야”

 

교정시설에 수용된 마약류사범이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형기와 재활 성과를 반영해 마약류수용자 지정 해제 여부를 개별 심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죄명만을 기준으로 장기간 엄중관리하는 현행 제도가 교정과 재사회화에 적합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법무부의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교정시설에 수용된 마약류사범은 4188명으로 2016년 1890명보다 2298명, 12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형자 가운데 마약류사범이 차지하는 비중도 5.2%에서 9.7%로 높아졌다. 수형자 10명 가운데 1명가량이 마약류사범인 셈이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 공소장, 재판서 등에 마약류 관련 법률이 적용된 수용자를 마약류수용자 지정 대상으로 규정한다.

 

마약류수용자로 지정되면 엄중관리대상자로 분류돼 다른 수용자와의 접촉이나 외부 물품 전달, 장소변경접견 등이 제한될 수 있다.

 

일반 수용자와 구분되는 명찰과 거실 명패도 사용한다. 형집행법 제104조는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시설장이 다른 수용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거나 계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는 교정시설 안으로 마약류가 반입되거나 수용자 사이에서 유통되는 것을 막으려면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범행의 형태와 가담 정도, 중독 여부가 서로 다른 수용자들이 같은 기준으로 관리된다는 점이다.

 

단순 투약자와 상습 투약자, 운반책과 판매책, 초범과 조직범죄 가담자는 재범 위험과 필요한 처우가 다르지만 마약류 관련 죄명이 적용되면 모두 동일한 엄중관리 대상자로 분류된다.

 

중독 치료가 필요한 반복 투약자에게는 심리상담과 단약 프로그램, 출소 후 지역사회 치료기관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반면 마약 유통·판매책이나 조직범죄 가담자는 외부 조직과의 연락, 마약류 반입·유통 가능성을 차단하는 보안 중심의 관리가 필요하다.

 

비슷한 범죄 경험을 가진 수용자들이 교정시설 안에서 관계를 형성한 뒤 출소 후 다시 마약 유통이나 투약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기간 이어지는 분리와 표시가 수용자에게 낙인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약류수용자라는 이유로 일반 수용자와 구분되는 명찰과 명패를 사용하고 접촉을 제한하면 치료와 교육을 통해 재활 성과를 보인 수용자도 수용 기간 내내 동일한 위험군으로 취급될 수 있다.


인권위 “형기·재활성과 반영한 개별 심사 필요”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마약류수용자 지정 해제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고 판단했다.

 

성폭력범죄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은 A씨 측은 지난해 7월 수용 기간 중 지정 해제 심사를 받을 기회가 없는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현행 시행규칙 제205조는 마약류수용자 지정을 원칙적으로 석방할 때까지 유지하도록 한다.

 

공소장 변경이나 재판 확정으로 지정 사유가 사라졌거나 지정일부터 5년이 지난 뒤 수용생활 태도와 교정성적이 양호한 경우에만 심의를 거쳐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법무부는 지정 후 최소 5년이 지나야 해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기준이 과도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마약 관련 규율 위반 여부와 단약·재활 프로그램 이수, 심리평가 결과, 수용생활 태도, 재범 위험 감소, 전체 형기와 잔여 형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5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마약사범 유형별 분류로 관리체계 재설계


마약류수용자의 급증은 교정 인력 운용 측면에서도 현행 관리 방식의 재검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엄중관리대상이 늘어나면 계호, 접촉·통신 제한, 외부 물품 검사 등 관련 업무도 함께 증가한다.

 

모든 마약류수용자에게 비슷한 수준의 관리 역량을 투입하면 실제 마약 반입 위험이나 조직범죄 연계 가능성이 높은 수용자에게 인력을 집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교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마약류사범을 투약·중독형과 유통·판매형, 조직범죄 연계형 등으로 세분화하고 범행 동기와 중독 정도, 재범 위험, 치료 가능성에 따라 처우를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초범이나 단순 투약자는 치료·교육 참여와 재활 성과에 따라 처우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외부 조직과의 연계나 반입 위험이 높은 수용자는 접촉과 통신, 물품 반입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마다 위험성과 재활 정도를 다시 평가해 관리 수준을 조정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박병선 오산대 겸임교수는 “마약류수용자 관리의 목적은 특정 죄명을 가진 사람을 수용 기간 내내 별도로 표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중독자들을 치료하고 재범을 예방하는 데 있다”며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난 마약류사범을 하나의 집단으로 관리하기보다 범행 유형과 재범 위험, 재활 성과에 따라 처우를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관리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