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제기 취지 모호한데 유죄 선고…대법 “석명 구했어야”

개인정보 제공받은 휴대전화 판매업자 사건
법조항 특정 없이 유죄 유지한 원심 파기

 

공소장만으로 검사가 어떤 죄를 적용해 기소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법원이 검사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석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휴대전화 판매업에 종사하던 A씨는 2023년 2월과 6월 개인정보처리 업무를 담당하던 B씨에게 통신사 조회시스템을 이용해 특정인의 전화번호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화번호를 전달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2024년 10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심도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한 데 따른 불쾌감과 함께 자신의 개인정보가 언제든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게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소장에 기재된 적용 법조와 범죄사실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검사가 어떤 죄로 기소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고 봤다.

 

공소장에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한 개인정보라는 사실을 알면서 이를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1호와 제17조 제1항 제1호가 적용 법조로 기재됐다.

 

반면 범죄사실에는 정보를 넘긴 B씨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사람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이를 제공받은 행위를 처벌하는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5호와 제59조 제2호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었다.

 

대법원은 공소장 기재 내용에 복수의 해석이 가능하고 공소제기 취지가 명확하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면 법원이 검사에게 어느 죄로 기소한 것인지 석명을 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필요한 석명과 심리를 거치지 않은 채 1심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