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없애고 ‘사실관계 확인’ 신설…법조계 “수사 공백 막기 역부족”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임박하면서 수사 지연과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마련한 개정안은 검사가 피의자와 피해자,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신설했다.

 

검사가 경찰에 요구한 보완수사의 이행 상황을 관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검사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직접 수사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다시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 학대, 노인 학대 등 7개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불송치 사건까지 모두 검찰에 넘기는 전건송치를 도입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일부 범죄에만 전건송치를 적용하고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까지 금지하면 경찰 수사의 부실이나 축소를 바로잡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록에서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같은 수사기관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보완수사 요구 늘고 사건 처리 지연 우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가 송치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대거 경찰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록 중심의 기소 판단과 반복적인 보완수사 요구로 수사가 지연되고, 피해자가 검찰에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검사가 직접 조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양홍석 변호사도 오는 10월 제도 시행 이후 공소청과 경찰 모두 상당한 업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검찰에 계류된 사건 중 상당수가 경찰로 돌아갈 수 있지만 이를 처리할 경찰 인력과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검 “기소 판단하는 검사만 직접 조사 못 해”


대검찰청은 같은날 설명자료를 통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금지되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단계에서 사건관계인을 조사하고 법원은 공판에서 증인을 신문할 수 있지만,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만 서면 기록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검사가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듣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피해자가 경찰에 다시 출석해 같은 내용을 진술해야 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검사가 보완수사 이행 상황을 관리하도록 한 조항도 논란이다. 개정안은 검사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사건번호를 유지하면서 경찰의 보완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나 검사가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 방향을 바로잡을 권한은 없는 반면 장기 미제와 처리 지연에 대한 관리 책임은 부담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한 위법수사’ 공소기각 기준도 모호


개정안은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사유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를 추가했다.

 

법조계에서는 어떤 수사상 위법이 공소기각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지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소추재량권 일탈이 기존 공소권 남용과 어떻게 구별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대검은 공소기각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형사절차를 끝내는 예외적인 제도인 만큼 적용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마다 위법성의 정도를 다르게 판단하면 형사재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7개 범죄 전건송치만으로 경찰 견제 한계


전건송치 대상을 사회적 약자 관련 7개 범죄로 한정한 데 대해서도 범위가 좁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한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폭행과 사기 등도 사회적 약자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민생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전건송치가 이뤄지더라도 검사가 수사를 보완할 권한이 없다면 피해자 보호와 실체 규명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예원 변호사도 새로운 수사기관과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개별법과 전산체계, 사건 이송 구조를 개편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예산,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려면 모든 범죄에 대한 전건송치나 이에 준하는 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압수수색이나 체포·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사건은 법원도 수사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검사가 경찰의 종결 기록을 상시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임의수사만으로 끝난 사건의 부실 여부를 확인할 외부 장치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제도 개편이 오는 10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검찰 권한 폐지와 함께 경찰 수사를 견제하고 피해자의 이의 제기를 심사할 별도의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