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새벽에 술을 마시다가 지인과 말다툼이 벌어졌고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경찰관이 왔을 때 저는 마시던 소주병을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경찰관이 내려놓으라고 하며 다가오자 “건드리지 마라”고 소리치면서 뒷걸음질 쳤습니다.
병을 휘두른 적은 없습니다. 경찰관이 제압하려고 달려들었고, 실랑이 과정에서 소주병이 깨지면서 경찰관 손에 전치 2주 열상이 생겼습니다.
저는 병으로 때린 게 아닙니다. 제압 과정에서 병이 깨진 것인데 ‘치상’까지 붙은 것도 납득이 안 되고, 마시던 소주병을 들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특수’가 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항소 중입니다.
첫째, 마시던 술병을 손에 들고 있었을 뿐인데 이것이 위험한 물건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들고만 있었던 것과 휘두른 것이 법적으로 다르게 평가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둘째, 제압 과정에서 병이 깨져서 상대가 다친 것인데 이것을 제 책임으로 보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셋째, 특수와 치상을 각각 따로 다투는 것이 가능한지, 항소심에서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술병을 실제로 휘두르지 않았더라도 범행 현장에서 위험한 물건을 사용할 의도로 소지한 사실이 인정되면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제압 과정에서 병이 깨져 경찰관이 다친 경우에도 당시 행동과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부상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치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술병을 들게 된 경위와 경찰관에게 보인 행동, 제압 과정, 상해가 발생한 구체적인 원인은 각각 구분해 판단해야 합니다. 항소심에서는 단순히 “병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주장에 그치기보다 현장 영상과 진술 등을 바탕으로 각 구성요건이 충족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술병을 휘두르지 않아도 ‘위험한 물건의 휴대’가 될 수 있나
형법 제144조 제1항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경우가 아니라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공무집행방해죄를 범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휴대’란 범행 현장에서 사용할 의도로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몸에 지닌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실제로 물건을 휘두르거나 상대방을 가격하는 데 사용했을 것까지 요구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술병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병을 손에 든 상태에서 경찰관의 접근을 막거나 위협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법원은 병을 공무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반대로 술병을 범행과 무관하게 술을 마시기 위해 들고 있었고, 이를 공격이나 위협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행동이 전혀 없었다면 ‘위험한 물건의 휴대’에 해당하는지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정황입니다.
술병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고 있었는지, 병목을 잡거나 공격하기 쉬운 자세를 취했는지, 병을 든 손을 어느 높이까지 올렸는지, 경찰관에게 병으로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지, 앞으로 다가갔는지 아니면 뒤로 물러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이는 피고인의 주장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현장 폐쇄회로(CC)TV와 순찰차 블랙박스, 경찰관 보디캠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2. 소주병도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나
위험한 물건인지 여부는 물건의 명칭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물건의 객관적인 성질과 당시 사용 방법, 상대방이 느낄 수 있는 위험성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유리로 된 소주병은 단단한 상태로 사람을 가격하거나 깨진 부분으로 찌를 경우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범행 상황에서 위협이나 공격 수단으로 소지한 사실이 인정되면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술을 마시던 중 우연히 손에 들고 있었을 뿐이고, 경찰관을 향해 들거나 휘두르는 등 위험성을 현실화한 행동이 없었다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병이 경찰관의 제압 과정에서 비로소 깨졌다면, 깨지기 전 병을 어떤 상태와 의도로 들고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사후에 병이 깨졌다는 사실만으로 범행 당시부터 깨진 병을 사용한 것처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3. 제압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도 책임져야 하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는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다친 경우 성립할 수 있는 결과적 가중범입니다.
행위자가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힐 의도가 없었더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치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유리병을 든 채 경찰관의 정당한 제지에 불응하고 몸싸움이나 제압 상황을 초래했다면, 병이 깨지면서 경찰관이나 주변 사람이 다칠 가능성은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결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경찰관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사람이 현장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시민과 동료 경찰관의 안전을 위해 신속하게 제압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이 유리병을 들고 명령에 불응하는 상황은 현장 경찰관에게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됩니다.
다만 모든 제압 과정의 부상이 피고인에게 자동으로 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의 폭행·협박이나 저항이 상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 경찰관의 제압 방식이 당시 상황에서 필요하고 상당했는지, 병이 정확히 어떤 충격으로 깨졌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피고인이 공격이나 적극적인 저항 없이 뒤로 물러나기만 했는데 경찰관이 병을 든 손을 향해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병이 깨졌다면, 기본 범죄와 상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다툴 수 있습니다.
반면 피고인이 병을 놓으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였다면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전치 2주의 열상은 형법상 ‘상해’인가
형법상 상해는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극히 가벼워 치료 없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상처는 예외적으로 상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깨진 유리병으로 인한 열상으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면 통상 상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봉합 치료 여부, 치료 기간과 횟수, 흉터가 남았는지, 업무에 지장이 있었는지 등 실제 치료 경과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진단서에 적힌 치료 기간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경찰관이 정상 근무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상해가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5. 경찰관의 직무집행이 적법했는지도 판단 대상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경찰관의 직무집행이 적법해야 합니다.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게 된 경위와 당시 범죄 혐의, 술병을 내려놓으라고 명령한 이유, 물리력 사용의 필요성과 정도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다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술병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병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통상적인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명령에 불응하고 위협적인 언행을 계속했다면 경찰관의 제압도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행범 체포 요건이나 고지 절차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경찰관의 모든 직무집행이 당연히 위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 경찰관이 어떤 범죄를 제지하려 했는지와 물리력 행사가 필요한 수준이었는지를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6. ‘특수’와 ‘치상’을 각각 따로 다툴 수 있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를 구성하는 요소는 각각 구분해 다툴 수 있습니다.
경찰관의 직무집행이 적법했는지, 피고인에게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 술병을 범행에 사용할 의도로 휴대했는지, 피고인의 행위와 경찰관의 부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부상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각각 판단 대상입니다.
위험한 물건을 범행에 사용할 의도가 인정되지 않으면 ‘특수’ 부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상해와의 인과관계 또는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치상’ 부분이 부정되고 특수공무집행방해죄만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유리병을 든 채 경찰관의 반복된 명령에 불응하고, 경찰관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소리를 지르거나 몸싸움을 벌인 사실이 영상으로 확인된다면 단순히 병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7. 항소심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
항소심에서는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상자료를 우선 살펴봐야 합니다.
병을 든 자세와 손의 위치, 경찰관과의 거리, 경찰관의 명령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몸싸움이 시작된 경위, 병이 깨진 정확한 시점 등을 시간 순서대로 분석해야 합니다.
1심 판결이 이러한 영상이나 객관적 증거와 다르게 사실을 인정했다면 사실오인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물건의 휴대 의도나 상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면 법리오해도 항소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관의 현장 통제에 불응한 행위 자체의 위험성을 가볍게 보거나 모든 책임을 경찰관의 제압 탓으로 돌리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유리병을 들고 경찰관의 접근을 막는 행위는 현장 경찰관뿐 아니라 주변 시민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행동보다 과도하게 평가된 부분이 있는지를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구분해 주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면 법정형 감경 사유가 적용됐는지, 판결문상 인정 죄명과 감경 과정이 무엇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검사도 항소했다면 항소이유와 형량을 높여 달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피해 경찰관에 대한 치료비 지급과 피해 회복, 진정성 있는 사과, 음주 상태에서 발생한 공격적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상담이나 치료도 중요합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 회복과 처벌불원 의사는 형량을 정할 때 참작될 수 있습니다.
결국 항소심의 핵심은 경찰관에게 직접 병을 휘둘렀는지만이 아닙니다.
위험한 물건을 범행에 사용할 의도로 들고 있었는지, 경찰관의 정당한 명령에 어떤 방식으로 저항했는지, 그 행동으로 부상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판단받는 데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