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변론을 종결한 당일 판결을 선고할 경우 재판부가 최종 합의를 위해 잠시 휴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는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4년 11월 경북 안동시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면허 없이 약 5㎞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앞서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지난해 6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은 모두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A씨는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9월 26일 열린 두 번째 공판기일에는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검사와 A씨 측의 항소이유를 심리한 뒤 다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고지했다.
세 번째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A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한 뒤 A씨와 변호인에게 최종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했다. 이어 변론을 종결하고 같은 날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변론을 종결한 당일 판결을 선고한 즉일선고 과정에서 '합의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며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최종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이 선고된 마지막 공판기일에 기존 심리에서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관계나 법률적 쟁점이 드러나지 않았고, A씨 측의 최후진술도 종전 주장과 같은 취지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원심은 1심이 선고한 형이 양형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해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을 뿐”이라며 “판결서에도 항소를 기각한 이유가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판결을 선고하는 형사항소심 합의부는 법정에서 이뤄진 최종 심리 결과를 반영해 종국적인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형사항소심 합의부 판사들은 변론 종결 전에 잠정적으로 형성한 재판부의 의사를 토대로 법정에서 이뤄진 심리 결과를 반영해 종국적 의사를 결정하는 최종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론을 종결한 뒤 판결을 선고하기 전 잠시 휴정하고 별도의 최종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휴정 자체가 반드시 요구되는 절차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합의부 운영은 무정형성과 자율성을 본질로 한다”며 “재판부는 소송 진행 경과와 사건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최종 합의의 방식과 시기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