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수용에 폭염까지…더위에 쓰러지는 교도관들

수용자 6만3680명에 수용률 125.8%
냉방 취약 구역서 순찰·계호 업무 반복

 

전국적인 폭염 속에서 한 교정시설 직원이 근무 중 더위로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정시설의 폭염 대책이 수용자 보호에 집중된 가운데 수용동에서 장시간 계호와 순찰 업무를 담당하는 교정공무원의 근무환경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낮 최고기온은 31∼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경남권에는 최고 체감온도가 38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폭염 중대경보까지 발효됐다.

 

최근 교정공무원 익명 커뮤니티에는 ‘직원 한 분이 더위에 쓰러지셨다던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빠르게 대처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수용자들의 건강뿐 아니라 직원들의 건강도 신경 써달라. 직원들은 철인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수용동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적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직원은 “상층 수용동 복도에 오전과 오후를 합쳐 찬물을 여러 차례 뿌리고 있다”며 복도 냉방설비 확대를 요구했다. 또 다른 직원은 폭염이 심한 날에는 수용자의 실외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 취소해도 안내·민원 대응 부담


교정시설은 기온과 시설 여건, 수용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실외운동 실시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형집행법 시행령은 수용자에게 매일 1시간 이내의 실외운동을 보장하도록 하면서도 질병이나 우천,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운동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일부 시설은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실외운동을 중단하거나 실내 강당 운동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실외운동을 실시하거나 중단해도 현장의 부담은 교도관에게 돌아간다.

 

운동을 진행하면 수용자를 운동장까지 이동시킨 뒤 다시 거실로 인계해야 하고, 이동과 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이나 건강 이상에도 대응해야 한다.

 

운동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변경할 경우에는 수용자에게 변경 사항을 안내하고 이에 따른 불만과 민원을 처리해야 한다.

 

법무부는 올해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노인과 장애인, 환자 등 온열질환에 취약한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을 중심으로 냉방설비 보강을 추진했다.

 

에어컨은 수용거실 내부가 아닌 복도에 설치해 수용동 전체의 온도 상승을 낮추는 간접 냉방 방식이다.

 

복도 냉방설비는 해당 구역에서 근무하는 교정공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설치 대상이 취약 수용자 수용동을 중심으로 정해지면서 일반 수용동과 상층부, 노후 시설의 보안 근무구역은 여전히 선풍기와 자연 환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공개된 교정시설 온도 자료에서도 한여름 이른 아침부터 서울구치소와 서울남부구치소, 인천구치소의 수용실 온도가 32도를 넘었고 대전교도소는 34도를 웃돌았다.

 


과밀수용과 인력 부족이 폭염 위험 키워


폭염 부담을 키우는 구조적 원인으로는 과밀수용과 인력 부족이 꼽힌다.

 

법무부의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정원은 5만614명이었지만 1일 평균 수용인원은 6만3680명에 달했다. 수용률은 125.8%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1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전국 55개 교정기관 가운데 수용률이 100% 미만인 곳은 5곳에 불과했고, 수용률이 120% 이상인 시설은 37곳이었다.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노후 교정시설도 20곳에 달했다.

 

지난 6월 공개된 청주여자교도소 현장에서는 약 5평 크기의 거실에 정원보다 3명 많은 8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거실에는 에어컨이 없었고 선풍기 두 대가 50분간 가동된 뒤 10분간 정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한 수용동에 120∼130명이 생활하고 있었지만 현장 근무 교도관은 2명가량에 불과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장소에서 작업할 경우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는 폭염 안전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교정시설은 보안 업무의 특성상 담당 직원이 임의로 자리를 비우거나 수용자 계호를 중단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복도 냉방설비를 취약 수용동뿐 아니라 상층부와 노후 수용동, 장시간 보안근무가 이뤄지는 구역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용자와 교정공무원의 온열질환 발생 현황을 구분해 집계하고, 사고가 발생한 시설의 근무 여건과 인력 배치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병선 오산대학교 겸임교수는 “수용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동시에 그 보호 업무를 수행하는 교정공무원이 폭염 속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근무환경을 마련하는 것 역시 교정행정이 외면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수용자 처우와 직원 안전을 서로 대립하는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교정시설 전체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