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재범 위험이 높은 수형자의 관리와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위해 조건부 가석방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해 조건부 가석방 허가자는 전체 가석방 허가자의 1.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법무부의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가석방 허가자는 1만221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취업이나 치료, 보호시설 입소 등을 조건으로 출소한 조건부 가석방 허가자는 136명이었다.
조건부 가석방 허가자는 2019년 66명에서 2020년 49명, 2021년 53명으로 감소했다가 2022년 86명, 2023년 99명으로 늘었다. 2024년에는 83명으로 다시 줄었지만 지난해 136명으로 증가하며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체 가석방 허가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대에 머물렀다. 제도 확대 기조에도 실제 적용 대상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조건부 가석방은 일반 가석방과 달리 출소 이후 치료나 취업 유지, 보호시설 입소 등 일정한 조건을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석방을 허가하는 제도다.
단순히 형기를 줄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출소 이후에도 보호관찰과 치료·자립 지원을 이어가 재범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법무부는 취업조건부와 마약류 치료조건부, 정신질환 치료조건부, 보호수용조건부 가석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마약류 치료조건부 가석방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허가자는 마약류 치료조건부 76명, 정신질환 치료조건부 32명, 취업조건부 15명, 보호수용조건부 13명으로 집계됐다.
마약류 치료조건부 76명…전체의 55.9%
특히 마약류 치료조건부 가석방 허가자는 2024년 31명에서 지난해 76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조건부 가석방 허가자의 55.9%에 해당한다.
마약류 치료조건부 가석방은 교정시설에서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한 수형자가 출소 후에도 보호관찰소 상담과 협약 의료기관의 치료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대상자는 출소 후 10일 이내 치료보호기관에서 마약류 중독 여부를 확인하는 판별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보호관찰관과 관계기관의 지도·감독에 따라 치료·재활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가석방이 취소될 수 있다.
법무부는 부산교도소와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광주교도소를 마약류사범 재활 전담 교정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교정시설 안에서 시작한 치료를 출소 후 지역사회 치료기관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취업조건부 가석방은 직업훈련 성적이 우수하거나 일정한 기술을 보유한 수형자 가운데 출소 후 취업이 확정된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교정기관이 수형자의 직업능력과 취업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한 뒤 기업체와 채용 약정을 체결해 대상자를 선발한다.
일반적인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수형자가 채용약정서와 동의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취업조건부 가석방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
대상자는 출소와 동시에 보호관찰을 받으며 가석방 기간 동안 취업 상태를 유지하고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따라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조건을 위반하면 가석방이 취소될 수 있다.
보호수용조건부 가석방은 교정 성적과 반성 정도는 양호하지만 가족이나 경제적 기반이 없어 출소 후 거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생활관 등 보호시설과 연계해 주거와 자립 기반을 제공한다.
지역별 인프라 격차…대상 확대에 한계
조건부 가석방은 치료와 취업, 주거 지원을 출소 이후까지 연계해 재범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확대 필요성이 크다.
특히 마약류·정신질환 수형자나 출소 후 생활 기반이 취약한 수형자는 별도의 조건과 관리 없이 사회로 복귀할 경우 치료가 중단되거나 다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일반 가석방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조건부 가석방이 전체 가석방 허가자의 1%대에 머무는 데에는 까다로운 대상자 요건과 경직된 심사 절차, 부족한 사후관리 기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건에 맞는 취업처나 치료기관, 보호시설을 출소 전에 확보해야 하지만 지역별로 이용할 수 있는 기관과 시설에 차이가 있어 실제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도 치료 필요성과 재범 위험성 등 전문적인 판단 요소를 현행 가석방 심사에 충분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출소 이후 조건 이행을 감독할 보호관찰 인력이 부족하고 지역별 치료기관과 보호시설에도 차이가 있어 대상자 확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건부 가석방 대상자가 늘어날수록 교정시설뿐 아니라 보호관찰소와 의료기관, 법무보호시설이 담당해야 할 관리 업무도 함께 증가한다.
대상자 요건만 완화할 경우 출소 이후 관리가 부실해질 수 있는 만큼 심사 기준 개선과 함께 보호관찰 인력, 치료기관, 주거지원 시설 등 사후관리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교정 전문가들은 조건부 가석방이 단순히 수형자를 조기에 출소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치료와 취업, 주거 지원을 통해 재범을 예방하고 사회 정착을 유도하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심사 단계의 전문성을 높이고 지역사회 관리 체계를 강화하면서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법무부는 올해 조건부 가석방 목표 인원을 146명으로 늘렸다. ‘2026년도 성과관리 시행계획’에 따라 재범 고위험군 평가 자료를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치료와 보호관찰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제도 활성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