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면 당신도 처벌”…교도소 수발업체 선불금 ‘먹튀’ 피해 확산

폐업·운영자 체포·계좌 정지 이유로 환불 거부 잇따라

 

교도소 수용자들을 대신해 책과 잡지를 구입하고 서신 전달, 인터넷 검색, 외부 심부름 등을 처리하는 ‘수발업체’의 선불금 먹튀 피해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수발업체들은 수용자가 업무를 요청할 때마다 돈을 보내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수십만에서 수백만원을 미리 입금받은 뒤 이용 금액을 차감하고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그러나 선불금의 보관과 사용, 잔액 정산을 관리·감독하는 별도의 장치가 없어 업체가 폐업하거나 연락을 끊으면 이용자가 남은 금액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31일 제보자에 따르면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는 한 수발업체에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950만원을 입금하고 서신 전달과 인터넷 검색, 불법 스포츠도박인 이른바 ‘토토’ 대리 베팅 등의 업무를 맡겼다.

 

A씨는 이후 업체에 남아 있던 선불금 약 4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A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광역수사대의 압수수색으로 업무와 금융거래가 모두 중단됐다”며 “장부와 컴퓨터가 압수돼 고객별 잔액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계좌 거래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업체 측은 "이용자들이 사기 혐의로 고소할 경우 해당 돈이 단순한 수발업무 비용이 아니라 불법 스포츠도박과 관련된 자금이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과 법원에 설명할 수밖에 없다"며 "고소를 자제해 달라고" 했다.

 

특히 “고객 돈이 범죄수익으로 인정되면 압류나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고소하더라도 반환할 돈이 없고 오히려 이용자 본인의 형사책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편지와 함께 A씨에게 보낸 압수수색 영장 사본에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와 6월 24일 발부일, 7월 7일까지의 유효기간이 기재돼 있었다.

 

다만 업체가 공개한 자료는 전체 5쪽 가운데 첫 페이지만으로,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압수 대상, 영장이 실제로 집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본지가 업체가 주장하는 광역수사대에 확인한 결과, 경찰은 현재로서는 해당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 여부와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제보 자료에는 해당 업체가 책·잡지 구매와 서신 전달 등 일반적인 수발업무뿐 아니라 일부 이용자의 불법 스포츠도박까지 대신한 정황도 담겼다.

 

앞서 다른 수발업체에서도 비슷한 피해 주장이 제기됐다.

 

한 수용자가 출소를 앞두고 선불금 200만원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기존 운영자가 체포된 뒤 고객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자신들에게는 환불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는 기존 업체와 같은 주소에서 이름만 바꿔 영업을 이어가면서도 종전 고객의 잔액 반환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교도소 수용자들이 업체의 해명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용자는 외부 금융거래 내역이나 업체의 운영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업체가 보내는 편지와 잔액 안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업체가 압수수색이나 계좌 정지, 운영자 체포 등을 이유로 환급을 거부하더라도 그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제한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업체가 처음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받았거나 고객의 선불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사기 또는 횡령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반면 업체가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오다가 수사나 경영상 문제로 업무를 중단한 경우라면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다. 입금 당시 업체의 운영 상태와 선불금의 보관·사용 내역, 실제 서비스 제공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업체가 ‘고소하면 이용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일률적으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실제로 불법 스포츠도박을 의뢰하거나 베팅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면 이용자 역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선불금 반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정상적인 수발업무 비용과 불법 도박 자금은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금 내역과 잔액 안내, 편지, 업무 처리 내역을 확보한 뒤 사기·횡령 고소와 민사상 반환 청구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