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아닌 국립요양원”…교도관이 전한 교정시설 현실

고령·중증 환자 늘며 병원 역할까지 떠안아
“수용질서 바로잡는 직원이 오히려 손해”

 

자신을 현직 교도관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고령·질환 수용자에 대한 의료 계호와 반복되는 민원·고소로 교정시설이 사실상 ‘국립요양원’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한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3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한민국 교정시설의 현실을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작성자 A씨는 “교도관이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며 “현재 대한민국 교정시설의 상황은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글을 쓴다”고 밝혔다.

 

A씨는 고령자와 중증 질환자가 늘면서 교정시설이 수용자의 형을 집행하는 공간을 넘어 병원이나 요양시설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 환자로 생활하는 수용자들은 PET-CT 검사와 항암치료, 암 수술을 받고 필요하면 간병까지 제공받는다”며 “입원 수용자를 계호하기 위해 교도관 3명이 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계호 문제로 1인 병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적었다.

 

이어 “암과 같은 중증 질환뿐 아니라 치질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으로 외부 진료를 받는 사례도 있다”며 “자비 부담이 원칙이지만 비용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 국가가 우선 부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법무부의 ‘2021∼2025년 수용자 외부 진료 현황 및 예산 집행 내역’에 따르면 수용자의 외부 의료기관 진료는 2021년 3만9176건에서 2024년 4만9175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4만6782건을 기록했다.

 

국가가 우선 부담한 외부 진료비는 지난해 370억5700만원을 포함해 최근 5년간 1489억여원으로 집계됐다.

 

A씨는 “현재 교정시설은 감옥이라기보다 국립요양원에 가깝다”며 “환자가 쓰러져 비상벨을 누르면 즉시 응급조치를 해야 하고, 야간에는 한 시간마다 순찰하며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통제실 직원들은 CCTV를 통해 환자들을 24시간 살펴야 한다”며 “이상 상황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담당 직원이 징계를 받을 수 있고, 수용자 가족이 의료 처우를 문제 삼아 항의 전화나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했다.

 

정보공개 청구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고소·고발 등을 반복하며 직원을 압박하는 일부 수용자에 대한 어려움도 털어놨다.

 

A씨는 “진통제를 30분 늦게 가져다주거나 정보공개 청구서를 늦게 전달했다는 이유로 직원 명찰을 확인해 이름을 적는 수용자도 있다”며 “일부는 정보공개 청구와 인권위 진정, 고소·고발, 상급기관 청원, 소장 면담 신청서를 하루에도 여러 건씩 작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차례 민원을 당하고 나면 상급자들은 언론 보도나 외부 문제 제기를 걱정해 직원에게 수용자 인권을 더욱 강조한다”며 “경찰이나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처럼 조사받고, 쉬는 날까지 조사를 받으며 불안감과 모욕감을 느끼는 직원도 있다”고 했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수용자가 교정공무원을 폭행한 사건은 104건으로, 2016년 44건보다 약 2.4배 늘었다. 수용자가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도 지난해 763건에 달했다.

 

A씨는 “교도관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쓴 글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침묵하는 것이 더 큰 잘못이라고 생각해 오랜 시간 글을 작성했다. 범죄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이 현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원통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게시물이 확산하자 누리꾼들은 “교도관의 인권은 누가 보호하느냐”, “교정시설 운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공론화해야 한다”, “수용질서를 바로잡으려는 직원이 손해 보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수용자 인권과 교도관의 안전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