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손바닥 긁고 손등 쓰다듬은 업체 대표…법원 판단은

성희롱 여지 인정…강제추행 무죄
접촉 부위보다 '행위 태양'이 핵심

 

처음 만난 여성 직원의 손바닥을 여러 차례 긁고 손등을 쓰다듬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 대표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행위가 부적절하고 성희롱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는 있지만 강제추행죄가 요구하는 수준의 강제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형사3단독(이재욱 부장판사)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울산의 한 업체 대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여성 직원 B씨와 악수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여러 차례 긁고 손등을 감싸 쓰다듬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가 자리를 떠난 뒤 해당 행동의 의미를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성적인 의미를 담은 표현일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한 뒤 함께 있던 동료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A씨는 다음 날 B씨를 찾아가 사과했지만 검찰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이 일반적인 악수의 범위를 벗어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손바닥을 긁는 행위는 성적인 의도가 담긴 비언어적 의사표시로 볼 여지가 있고, 손등을 쓰다듬은 행동 역시 통상적인 악수보다 과도한 접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하고 성희롱으로 느낄 수 있다"면서도 "목격자 진술 등을 보면 악수 시간이 특별히 길었다거나 다른 특이한 행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하는 측면은 있지만 강압적이거나 성적 폭력을 행사했다고 볼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법원은 접촉 부위 자체보다 접촉 경위와 지속 시간, 유형력 행사 정도, 당사자 관계와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강제추행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

 

2019년 수원지방법원은 술자리에서 20대 부하 직원의 손을 잡고 주물렀다는 혐의로 기소된 30대 회사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은 뒤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손을 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은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하 직원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손을 잡았을 뿐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죄의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여야 한다"며 "구체적인 행위 태양과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손은 그 자체만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해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강제추행 여부는 단순한 신체 접촉이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가 핵심"이라며 "같은 손 접촉이라도 유형력의 정도와 행위의 성적 의미, 당시 상황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희롱으로 평가되는 행위와 형사처벌 대상인 강제추행은 법적 기준이 다르다"며 "상대방 의사에 반한 신체 접촉은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직장 내 징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